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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박근혜와 세월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0 조회수3,084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박근혜’와 ‘세월호’


불의와 부패 사슬 끊고 민주주의 새 장 열어야

 

 

지난 3월 31일 새벽에 몇 주 전에 파면된 전직 대통령은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오후에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81일 만에 뭍에 올랐습니다. 같은 날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전직 대통령은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물속 깊이 철저히 잠겨 있어야 했던 세월호는 빛을 보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거꾸로 존재하던 ‘어둠과 빛’, ‘음과 양’, ‘거짓과 진실’, ‘죽이는 이와 죽임당하는 이’가 마침내 제 자리를 찾는 듯합니다. ‘박근혜로 대변되는 이 땅의 추악한 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때로는 죽어야만 했던 ‘세월호로 대변되는 이 땅의 보통 사람들’에게 해마다 3월 31일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죽이는 자’와 ‘죽임당하는 자’ 사이에서 무엇을 하는가?

 

‘박근혜’와 ‘세월호’를 생각하며 죄 없이 죽임당한 예수님과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을 떠올립니다.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구슬려 바라빠를 풀어 주도록 요청하고 예수님은 없애 버리자고 하였다.”(마태 27,20)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예수님을 없애버리자고 군중을 선동합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순박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외칩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을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약하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을 보듬으셨습니다. 그런데 왜 힘없는 이들이 돌연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의 편에 서서 예수님을 해치려 할까요?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사회적 지위와 종교적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에 힘입어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이나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여는 새 세상에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의 향유를 위해 예수님을 제거할 것인가?’ 갈림길에서 권력자들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예수님을 따르던 여리고 순진한 사람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흑색선전과 힘없는 군중에 대한 회유와 압박이 난무합니다. 진실을 가리고 여론을 호도합니다.

 

 

언론, ‘죽임의 칼날’인가 ‘살림의 밑거름’인가?

 

“대중 매체의 세계에서는 흔히 이데올로기, 이익 추구, 정치적 통제,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분야 고유의 어려움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416항)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그러했듯 불의한 권력은 언론을 탐합니다. 거짓 정보를 흘리고 언론을 조작하고 통제합니다. 불의한 언론은 불의한 권력에 빌붙어 권력의 단맛을 즐깁니다. ‘선을 악이라, 악을 선이라 말하도록 강요하는 이’와 이들과 한패가 되어 ‘기꺼이 선을 악이라, 악을 선이라 말하는 이’ 모두 하느님을 닮아 존엄한 사람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대중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고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지만”(가톨릭교회 교리서, 2494항), 불의한 권력과 이에 기생하는 언론은 거짓으로 가득한 왜곡된 정보를 주입함으로써 자유의지에 따른 사람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로 말미암아 개인과 사회에 치명적인 결정을 다수결의 논리로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의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판단과 행동의 기초로 삼는 사람들 역시 민주주의를 훼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불의와 부패의 사슬을 끊고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죽이는 불의한 이도, 죽임당하는 억울한 이도, 그리고 이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 하는 간악한 이도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9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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