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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69: 가톨릭교회와 노동 - 인간의 품격으로 노동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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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1 조회수522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9. 가톨릭교회와 노동 - ‘인간의 품격으로 노동 바라보기’(「간추린 사회교리」 271항)

 

노동을 비인격적 생산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절대 잊지 마십시오. 사람이 바로 메시지입니다. 평생에 걸친 노력으로 완성된 그 사람 말입니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거대한 도덕적 구조 안에서 얽히고설킨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은 우리가 가장 아프고 혼란스러운 어둠 속에서 살고 있을 때조차도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행동을 하라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촉구합니다.”(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 중)

 

 

인력감축은 최선의 길일까?

 

2018년 서울 어느 대학에서 노사분규가 있었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갈등의 원인이었습니다. 청소업무를 하던 고령의 해고 당사자들과 학생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은 후 사태는 직접고용 이행과 촉탁식 정년연장을 통해 해결됐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부 쟁의 현장에서 터무니없는 요구만을 주장하는 노조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든 청소·미화 업무를 하는 그분들의 얘기는 상식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관공서와 공공기관에는 큰 건물과 품격 있는 인테리어, 고풍스러운 조형물과 고급세단이 즐비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분들을 인건비 명목으로 해고하는 게 맞는 건지 싶었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가족으로서 보호 받기보다 인력, 자원, 소모품 정도로 여겨집니다. 비용부담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해법을 정리해고, 비정규직 채용에서만 찾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년 이상을 거리에서 보낸 KTX 여승무원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최근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에 이르기까지 그런 현장의 문제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인식에 달려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실직과 해고라고 합니다. 이는 사람을 기능적으로만 바라보는 환원주의입니다. 무분별한 인력감축과 해고는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기에 결코 최선의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환경의 변화’

 

거리두기가 일상화됐습니다. 거센 세계화와 국가 간 무역·경제교류도 잠시 멈췄습니다. 향후 자국 중심의 인하우스(inhouse) 제조업과 디지털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입니다. 세계적 경제침체 속에서 허리띠 조여매기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내외의 고용충격이 예상되며 활황을 맞는 업종도 있지만 구조조정과 노사갈등을 겪는 분야가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고용문제는 정리해고로 집중될 것이고 하청과 재하청, 비정규직과 영세업종을 망라해 가장 먼저 아래로부터 진행될 것입니다. 고용이 취약한 사람이 보호 받지 못하고 해고될 거란 의미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인력비용만을 줄인다고 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합니다. 또다시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경제활동과 기업 간 수출입을 위축시킬 것이며, 실업문제가 재차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신개발도 바이러스의 변종진화 앞에서는 당장의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 무엇이 해법일까요? 어떤 본당에 간 적이 있는데 마당에서 수레를 끌며 청소하는 분을 보고 본당의 미화직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본당 주임신부님이셨습니다. 알고 보니 신부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본당에서 청소나 시설관리 일을 하신다는 겁니다. 대개 사회적 지위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안 하기 마련인데, 신선한 광경이었습니다.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 것일까요?

 

 

품격 있는 사람이란?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 4ㆍ19 기념사에서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를 돕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을 보호해야 하며 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사 양자를 모두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의 인간존엄이 실행되지 않으면 그저 연설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노사분규를 보며 참 어려운 문제라 여겨집니다. 결국 당사자 간 이해갈등의 문제이고 타협이나 양보가 없으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왕도가 없듯, 노동문제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노사 양자가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 그 가운데서 서로 이야기를 들어 주고 상생의 길을 찾는 것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노동하는 사람을 귀하게 바라보고 그를 존중하는 품격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그에 대한 우리의 실천이 절실할 뿐입니다.

 

“노동을 단순한 상품이나 비인격적인 생산 도구로 간주될 수 없게 한다. 노동은 객관적 가치의 크고 적음과는 별도로, 개인의 본질적인 표현이며, 인격적인 행위(actus personae)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71항)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0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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