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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국가와 정부의 역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13 조회수2,199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국가와 정부의 역할

메르스 사태로 본 공동선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감염 사태가 끝나지 않고 있다. 이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방역당국과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초기 대응 실패의 가장 큰 부분은 역시나 감염 병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우리 정부의 비밀주의와 의사결정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 이후의 감염 확산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의 부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3671곳으로 전국 의료기관의 5.7%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 3500여 곳은 보건소이고, 실제 공공의료기관은 200곳 남짓의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환자를 위한 음압 격리병실은 184개에 불과하다.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삼성서울병원에는 정식 음압병상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보잘것없는 공공의료가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에서 빠른 속도로 후퇴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정부부터 계속해서 의료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경남의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업됐다. 바로 이러한 공공의료의 후퇴와 부족이 메르스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반대로, 의료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사회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공동선’이다.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이 밝히고 있듯이, 공동선이란 “인간이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이고, 이러한 조건들은 기본적인 의식주, 적절한 교육의 혜택, 필요한 의료 혜택, 노동에 대한 권리,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종교의 자유 등이라고 규정한다(사목헌장 26항). 이러한 조건들은 인간이라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제공받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선의 원리를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어로 바꾸어보자면, 사회공공성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증진하는 것은 정치공동체의 1차적인 의무이다. 특히 국가와 정부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된다.”(사목헌장 74항)

이러한 공동선의 원리는 창조의 신비에 바탕하고 있다. 창조의 시간에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의 재화를 인간에게 주셨다. 단지 아담과 이브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주셨다. 모든 인간이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인간이고, 빈부나 피부색을 초월하는 인간이다. 이를 가톨릭 사회교리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 원리’라고 한다. 하느님의 창조에 기인하는 지상 재화는 모든 인간에게, 즉 보편적인 목적으로 주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효율성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의료나 교육, 노동과 주거와 같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조건들조차 시장에 내어놓고 상품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되도록 인간에게 필수적인 조건조차도 영리법인화(민영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지점에 메르스 감염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사회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바로 그것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는 신앙의 길이기도 하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7월 12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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