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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3: 베로니카 수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1 조회수1,901 추천수0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3) 베로니카 수건


그리스도 수난 증거하는 ‘참된 형상’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은 언제나 성미술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콘은 이탈리아 마노펠로 카푸친 작은 형제회에 보관돼 있는 ‘베로니카의 수건’이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시다”라고 신앙으로 고백한다. 이 신앙의 첫 고백자인 요한 복음서 저자는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Verbum caro factum est. 「성경」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로 옮김, 요한 1,14)고 선포한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첫 교의를 선포한 니케아 신경은 하느님께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다”(incarnatus est et homo factus est)라고 선언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사람이 되신 이 역사적 사건을 교회는 ‘강생의 신비’ 또는 ‘육화의 신비’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이 강생(육화)의 신비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다”(콜로 1,15),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인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게 되었고, 만지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보기로 하느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과 형상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를 묵상하고 체감할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통해 인간을 성화의 길로 이끄신다. 이렇듯 예수님의 초상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는 거룩한 표징이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은 언제나 성미술에서 첫 자리였다. 교회의 거룩한 전통은 예수 그리스도의 첫 번째 초상(Icon)이 주님께서 살아 계실 때 있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수난의 길을 걸으실 때 한 여인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렸는데 그 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졌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이를 ‘참된(Vera) 형상(Icon)’ 또는 ‘거룩한 얼굴’이라며 ‘베로니카’(Veronica)라 부른다. 아울러 동방 교회에서는 ‘인간의 손으로 그려지지 않은 형상’이라 하여 ‘아케이로포이에토스’(αχειροποιητοξ)라 한다.

 

‘참 얼굴을 담은 천’이라고 직역할 수 있는 ‘베로니카의 수건’은 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재위 527~565) 때 널리 전승됐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님의 제자로 바리사이 가운데 최고 의회 의원인 니코데모가 성모 마리아께 선물했다고 한다. 이 기록은 예루살렘과 멤피스, 터키에 있다고 한다. 이후 베로니카의 수건은 평소 예수님을 뵙기를 간절히 원했던 에데사의 왕 아브가르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전승은 둘로 갈라진다. 먼저, 카푸친 작은 형제회가 전하는 전승이다. 아브가르가 소유했던 베로니카의 수건은 574년 콘스탄티노플로 모셔졌다. 이후 비잔틴 제국 왕들은 콘스탄티노플이 침략받을 때마다 베로니카 수건을 현시하고 군인들의 사기를 높였다고 한다. 8세기 초 성화상 파괴자들의 위협이 거세지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칼린쿠스 1세가 비밀리에 베로니카 수건을 교황에게 보냈다. 이후 베로니카 수건은 성 베드로 대성전 베로니카 경당에 보관됐다. 하지만 베로니카 수건은 1527년 스페인군이 로마를 약탈할 때 도난당한 후 행방이 묘연했다. 당시 스페인군 지휘관이 약탈범으로 주목됐다. 그러다 1638년 어느 날 한 공증인이 마노펠로 수도원을 찾아와 카푸친 작은 형제회 수도자들에게 베로니카 수건을 기증했다. 이후 베로니카 수건은 지금까지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또 다른 전승은 이렇다.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7세 포르피로게네투스 황제가 944년 에데사 왕으로부터 베로니카 수건을 사들여 콘스탄티노플 파로스의 동정녀 성당에 모셨다. 이를 기념해 동방 교회는 8월 16일을 ‘거룩한 얼굴의 콘스탄티노플 이전 축일’로 지내고 있다. 13세기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십자군이 이를 프랑스로 가져갔다가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 베로니카 경당에 보관했다. 이후 17세기 중반부터 이탈리아 마노펠로 카푸친 수도원에서 베로니카의 수건을 보관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순례 방문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마노펠로 카푸친 작은 형제회 수도원의 베로니카의 수건은 최첨단 장비로 조사한 결과 1세기 때의 아마포 천으로 확인됐다. 이를 조사한 이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그리스도교 예술사 교수 헤인리치 피에퍼 신부, 구속주회 수도자로 역시 미술사 교수인 안드레아스 신부, 트라피스트회원으로 화가인 블란디나 수녀이다. 이들은 마노펠로 수도원의 베로니카 수건이 사람 손으로 그린 흔적이 전혀 없고 토리노 수의에 찍힌 예수님의 얼굴 형상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했다. 다만 다른 것은 베로니카의 수건에는 눈을 뜨고 계신 예수님의 형상이, 토리노의 수의에는 눈을 감고 있는 예수님의 형상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수도원 중앙 제대에 있는 베로니카의 수건에 있는 예수님의 얼굴은 왼뺨이 오른뺨보다 부어 있다. 또 오른쪽 눈두덩에도 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볼 수 있다. 이마 위쪽 가운데와 관자놀이에 흘러내린 핏자국이 있다. 폭행으로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예수님의 눈은 모두를 빨아들일 만큼 깊고 맑다. 진위를 떠나 이 베로니카의 수건은 그리스도 수난의 증거로 우리 믿음을 굳건히 회복시켜주는 귀중한 초상임이 틀림없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29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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