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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74: 대중매체, 이기일까 흉기일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7 조회수1,868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74) 대중매체, 이기일까 흉기일까
 
칼, 살인자와 요리사 누구의 손에?



대중매체가 전하는 정보는 '진실'일까? 아니면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가공된 것일까? 만일 임의로 가공된 것이라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릇된 정보 가공의 위험성

언론인 출신으로서 고위 공직자가 되었다가 해외에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해 해임된 분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등장한 용어가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시민에게는 매우 낯선 용어 사용이었다. 바로 '마사지'라는 말이었다. 보통 시민은 경직된 신체 어떤 부분을 부드럽게 해주는 행위 정도로 이해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를 '정보'를 가공하는 것쯤으로 사용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더라도 보통 시민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서 쉽게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만도 없다. 정보를 그렇게 손질한다는 것은 손질하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다는 뜻이고, 그 의도가 불순하다면, 조작과 왜곡, 더 나아가서는 날조까지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중매체는 혹시 그렇게 불순한 의도를 갖는 세력과 손잡은 것은 아닐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주고받으면서…. 핵사고와 관련한 기사와 핵 산업 관련 기업의 광고가 결합하면 정보는 어떻게 '마사지' 될까? 경제민주화를 정책으로 실현하려는 의지와 대기업의 광고가 결합하면 그 관련 기사는 어떻게 가공될까? 방송통신 관련 정책과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결합하면 어떤 식으로 전달될까?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만나는 그 많은 정보들은 누군가 이렇게 가공하고 마사지한 것은 아닐까? 이해관계, 특히 정치권력과 금권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서로에게 유리하도록 정보가 가공되고 조작되고 왜곡되고 날조된다면,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판단과 그 판단에 근거한 선택과 참여는 심각한 '자유의 침해',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다.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받을 권리'는 철저하게 훼손된다.

어떤 분들은 이야기한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대중매체를 대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정보 수용자의 자유는 충분하게 보장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교회는 현대인을 '비판력이 부족한 소비자'로 길들일 수 있음을 걱정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96항 참조).
 

진실과 정의, 연대의식에 근거한 정보 전달
 
얼마 전 부산에 가는 기차 안 뒷좌석에 앉은 젊은이가 하는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한참 동안 듣느라 괴로웠던 적이 있다. 젊은이 이야기의 요지는 '어떤 유명한 배우가 어이없게도 종북단체에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단어는 '어이없게도'와 '종북단체'였다. 아마 수십 번은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 젊은이가 판단한 '종북단체'는 어떤 성격의 단체를 말하는 것일까. 그 젊은이가 '어이없게도'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 젊은이의 이야기 가운데 어느 단체가 종북단체인지, 그리고 왜 종북단체인지, 왜 어이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마치 동의를 얻어내려는 듯 옆 좌석의 사람에게 그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 젊은이가 그 같은 내용을 그 유명 배우에게 직접 들었을 수도 있고, 그 배우가 기부한 단체를 직접 찾아가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마도 어떤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고, 그렇게 믿었기에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중매체는 그 젊은이에게 이기(利器)일까, 흉기(凶器)일까?

필자는 여러 자리에서 '칼'을 예로 든다. 같은 칼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 칼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면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대중매체가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사회에 제공'하고 있다면 분명 정보 수용자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이기'이다. 그러나 흉기가 되어 사람의 정신을, 그리고 사회를 해칠 수도 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말이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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