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50: 사랑의 문화를 위하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28 조회수1,859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50 · 끝) 사랑의 문화를 위하여…

사회교리, 아버지의 집을 향한 나침반



사회교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전공자로서 사람들로부터 사회교리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이 세상에 사랑의 문화를 건설하는 기본 원리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점점 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우리 자신은 그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하는 개인주의적인 사고 방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대주의적 무관심에 익숙하게 만들어 버렸다. 현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판단될 때,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거나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게 됐다. 이러한 무관심은 현대 사회를 좀먹게 하는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다. 수많은 사건사고들 속에서 이웃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긴 하지만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해 버리거나 자기 일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판단해 버리는 무관심이 더 비인간적인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무관심은 교회 공동체 안에도 침투된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나’라는 개인이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판단하면 할수록 소외되고 버림받는 존재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사회의 그늘에 사랑의 빛을

이전과 비교하면 주변에서 쉽게 가톨릭 사제들이나 가톨릭 신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별 본당 중심적 사고 방식은 교구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거나 보편 교회 전체를 생각하던 과거의 교회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공동체성과 소속감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으며, 타인이나 다른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일도 점점 줄어들어 가는 것 같다.

만일 누군가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인이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영적인 체험을 통한 개인 구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의 믿음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모든 이들의 구원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의 사회교리가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 세상 안에 인간다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원칙과 가치들을 제공이다. 이러한 원칙은 그리스도의 제자 됨을 식별하게 하는 구체적인 상징이 되며, 탁월한 사랑으로 인해 그 빛을 밝혀준다. 인간의 완성과 인간 세계의 개혁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새 계명을 통해서 가능하다. 개인의 행동은 사랑으로부터 기인할 때 온전히 인간적인 행동이 되며, 사랑을 드러내고 사랑의 지시를 따를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개인의 행동은 개인적인 영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깊은 확신을 갖고 사랑을 증언해야 하고,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사랑이 어떻게 사회를 선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또한 인간 사회를 완전한 사회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힘인지를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80항 참조).

이러한 사랑은 모든 사회 관계 안에 현존하면서 그 관계 안에 스며들어야 한다. 세속적인 교만과 이기심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약은 바로 사랑이다. 이러한 사회적 사랑은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를 넘어서 보편적인 인류애를 완성할 수 있다. 더욱 인간답고 더욱 인간에게 알맞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 생활 안에서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사랑이야말로 모든 사회 생활과 활동에 있어서 최고의 규범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81-582항 참조).

사회 복음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가치가 바로 ‘사랑’이다. 진정한 인간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인 발전과 성장만으로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 인간성의 발전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회는 오히려 물질만을 숭상하는 비인간화된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사랑만이 인간을 온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을 나타내며, 타인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한다. 사랑은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고, 또 사랑만이 우리로 하여금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게 한다. 사랑은 또한 세속적 차원의 인간관계와 사회관계 안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맺는 관계 안에서만 온전한 효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83항 참조).


연재를 마치며…

지난 1년간 사회교리에 대해 연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며, 사회교리를 배우고, 일상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교리를 통한 사회 복음화에 대한 노력은 교회 공동체 전체를 들어 가장 필요한 일이며,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는 기초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가톨릭 교회의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혼돈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다시 한 번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회교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를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집필해 주신 신부님과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화신문, 2015년 3월 1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