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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이주민 정책 유형과 외국인 근로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7 조회수1,837 추천수0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이주민 정책 유형과 외국인 근로자



어떤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갈 때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결정한다. 한 사회 혹은 국가의 주류를 구성하는 본토인들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는 이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정책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제 국가의 이민정책의 유형들을 살펴보고, 그러한 유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이민정책과 외국인 근로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이주민 정책의 유형

1) 차별적 배제 모델 : 차별적 배제(exclusionary)란 주류 문화를 이루는 본토인들이 이민자와 이민자의 후손들을 자국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차별적 배제는 ‘민족주의’가 강한 국가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국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그 사회의 특정영역, 특히 3D업종의 노동시장에만 참여시키고 인권, 복지, 시민권, 정치참여 등에서는 배제시키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족권(이주국에서 가족재결합을 할 수 있는 권리)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차별적 배제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바로 차별적 배제이다.

2) 동화 모델 : 동화(assimilation)는 이민자들을 이주한 사회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본토인과 똑같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 문화, 가치관, 사회적 특성 등을 버리고 주류사회인 본토인들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과 사회적 특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닮아 본토인들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말을 하면서 소수자인 이주민이 가진 언어와 인종적·문화적 특징을 인정하지 않고 주류사회의 언어를 습득하고 교육을 받아 주류문화에 일치할 것을 요구하는 태도이다. 동화정책을 실시한 대표적 나라는 프랑스이다. 또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에게 동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많은 경우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생활한다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정부의 결혼이주여성과 귀화자들을 위한 정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3) 다문화주의 모델 :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주류 사회가 이민자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문화와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태도를 말한다. 다문화주의는 한 사회(국가)를 마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모자이크로 보며 다양한 문화와 특성을 지닌 민족들이 서로의 문화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적 다원주의, 정치적 다원주의를 인정한다. 하지만 다문화주의는 각 민족별 특성과 각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할 때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주의에 따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을 위한 이중언어교육, 차이나타운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이 다문화주의 모델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한국사회의 문화적 다양성 증진에는 기여하지만 문화자체를 상품화시키고 있으며, 다문화자녀들에 대한 인격적 교육이 아니라 기능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즉 외국인 마을과 외국 문화의 관광 상품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에 대한 이중언어교육이 소수언어의 보호보다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국제 교육을 위한 예비 재원의 마련이라는 경제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4)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 모델: 문화는 화석화된 기제가 아니라 인간의 몸과 정신, 즉 인간의 삶과 인격에 스며들어 있다. 달리 말해서 문화는 고정된 틀에 갇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지닌 인격체에 담지 되어 있다. 따라서 생명체인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련없이 독단적인 삶을 살 수 없듯이 다수의 문화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특정 문화가 고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다문화 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듯이 문화 역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다. 즉 한 사회에서 다른 문화들이 서로 만날 때 문화적 경계, 문화적 접촉과 문화들 사이의 상호의존과 상호침투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문화사회는 문화들 간에 고립과 투쟁으로 치닫고 사회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상호문화주의는 다양한 문화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위한 대화와 교류를 통해 서로 간의 소통을 향해 나아가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로 구성된 사회의 통합을 이루려는 것이다. 비록 상호문화주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사회가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호문화주의적 정책은 다양한 민족이 서로 교류하고 이해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 즉 이주자들을 별도의 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사고에 의해 프랑스의 방리유처럼 어떤 특정지역을 이주민 밀집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밀집지역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주민과 본토인, 출신국이 서로 다른 이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도시를 개발하고 일자리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2. 이민정책과 외국인 근로자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은 어떤 특정한 유형을 지닌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대상에 따라 다른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차별 배제 정책, 결혼이주자에 대해서는 동화정책,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가진 외국인에 대해서는 환영정책을 펼치고 있다.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할 경우 적극적 유치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대부분 3D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정기간 노동을 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 정책, 즉 차별적 배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하여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입국하여 기본적으로 3년간 노동을 할 수 있으며, 3년이 경과되면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재고용 허가를 요청하여 허락이 된 경우 2년간 노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에 의해 최대 5년간 노동을 할 수 있다.(외근법 18조, 18조의 2)

이러한 제도 하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정기간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동력만 제공한 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본국에서 한국에 오기 위해 지불했던 브로커 비용을 포함한 송출비용의 충당과 고국의 불안정한 경제상황으로 인한 불투명한 취업, 그리고 고국의 가족을 위해 좀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의욕 등으로 법이 허용한 기간을 초과하여 미등록 신분으로 남게 된다. 또 십수 년을 한국에 살다 귀국하더라도 고국의 상황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주변인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미등록 신분은 어쩌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정부의 차별적 배제 정책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을 공시적으로 받아들이는 특례 제도를 운영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미등록 신분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사회에 20만 명 가까운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의 결과이다. 이제 이들에 대한 배려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차별적 배제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정책은 일부 정치인이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을 바탕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나의 이웃, 또 다른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고 이들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한다.

[월간빛, 2013년 12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 이번 호를 끝으로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는 끝맺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주신 김명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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