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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사회교리 제9장 국제 공동체를 중심으로: 인류 가족인 국제 공동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24 조회수4,527 추천수0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9장 ‘국제 공동체’를 중심으로

 

인류 가족인 국제 공동체

 

 

민족과 인종 간의 갈등과 반목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인류역사와 함께한 인간의 야만적인 배타성의 역사였다. 민족들 간의 정복과 학살, 전쟁과 테러의 역사는 오늘날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갈등과 긴장을 통해서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같은 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웃을 만나게 된다. 왜 인류는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갈등과 차별의 역사를 걸어야 했을까?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인류 가족의 일치를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며 우주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으신 계약(창세 9,1-17)을 통하여 온 인류와 맺으신 계약은 대홍수에 따른 파괴 이후 인간 공동체가 온 땅에 널리 퍼져 번식하라고 하신 축복과 피조물을 정복하라는 명령으로써, 첫 피조물의 특징이었던 인간 생명의 절대적 존엄과 불가침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을 통해 인류 가족이 자신의 창조주께 회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고 예언자들은 종말이 오면 모든 민족이 주님의 성전으로 올라가고, 민족들 사이에 평화가 오리라 예언한다(이사 2,2-5; 66,18-23 참조).

 

결국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진정한 “하느님의 모상”(2코린 4,4)이시며 새 인류의 원형이고 토대이신 예수님 안에서 자기완성을 이룬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드러내신 명백한 사랑의 증거를 통해 이미 모든 불화의 장벽을 허물어 버리셨고(에페 2,12-18 참조),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종적 · 문화적 다름은 더 이상 차별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성령강림 이후 교회는 성령을 통하여 바벨에서 잃어버린 일치를 회복하고 증언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교회의 이러한 임무는 인류가족이 일치를 회복하고 자신이 지닌 풍부한 다양성을 인식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일치”(「교회 헌장」, 1항)를 이루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치는 무력이나 힘이나 권력의 남용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도덕적 문화적 힘이 이루는 성취”여야 한다. 교회가 민족들의 일치를 지향함은 조직이나 정치, 경제적 이유나 추상적 이념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전 인류 가족의 살아있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깨달아 기꺼이 협력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류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국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 개인과 민족들이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공동선을 목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민족주의적 이념에서 비롯되는 편견이나 인종 차별에 대한 그 어떤 이론이나 정책도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국가 간의 공존은 진실, 정의, 적극적 연대, 자유와 같은 인간관계를 지배해야 하는 가치들과 동일한 가치 위에 세워져야 한다. 따라서 교회의 가르침은 민족 간의 관계나 정치 공동체들 간의 관계가 폭력이나 전쟁, 차별, 위협, 기만의 형태가 아니라 이성, 공평, 법, 협상의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조정될 것을 요구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33항 참조). 또한 인간 마음에 새겨져 있는 보편적 도덕률은 인류의 공통된 양심의 생생한 표현이기에 이 도덕률이 국가들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편원리들은 인류의 일치와, 만인의 동등한 존엄,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거부하고 공동선을 이루고자 협력할 의무, 협약 준수의 의무와 같은 원리들이다. 따라서 각국의 서로 다른 정치 공동체들 사이에 생기는 긴장, 국가들의 안정과 국제적 안전을 해치는 긴장을 해소하려면 협상의 노력과 공동의 규정을 이용함으로써, 정의는 전쟁에 의존함으로써 추구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단호히 거부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인류의 자멸로 끝나기 때문에 전쟁으로 이끄는 길을 결단코 피해야 하며, 적을 섬멸하려는 투쟁과 경쟁, 그리고 전쟁 자체가 역사의 전진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생각마저 배격해야 한다”(「백주년」, 18항). 국제 연합 헌장은 무력 사용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무력 사용의 위협조차도 거부한다(「국제 연합 헌장」, 1945. 6. 26., 2.4조).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협은 민족 간의 문제를 넘어 국제공동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인류가 이웃 민족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인식하고 서로를 위협하며 군비경쟁과 핵전쟁을 평화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면 인류역사에 끔찍한 재앙을 또다시 초래할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모상’인 인류가족이 전쟁을 통한 자멸의 길이 아닌 생명을 위한 공동선의 길에 모든 인류가 일치하고 연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으니 나 자신부터 ‘전쟁’이라는 끔찍한 생각과 말을 배격해야 할 것이다.

 

[외침, 2017년 10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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