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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34: 국제 공동체의 필요성과 가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25 조회수1,805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34) 국제 공동체의 필요성과 가치

서로의 정체성 존중하며 분열 극복이 목표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세계는 평화와 안전의 유지, 국제우호 관계의 증진, 경제적·사회적·문화적·인도적 문제에 관한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유엔(UN: United Nations)을 창설하였다. 이 유엔은 1920년에 설립됐다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붕괴한 국제연맹을 계승한 것으로 유엔(UN) 혹은 국제연합이라고도 지칭한다. 그렇다면 세계는 이러한 국제적인 연합 공동체의 창설이 왜 필요했을까?

다양한 인종과 사상, 종교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립국가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안에 몇 개국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은 기준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독립국만을 계산하는가 아니면 비독립국가도 모두 포함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2014년 현재 약 240여 개국이 있다고 말한다.

독립 국가의 형성은 주로 인종이나 사상, 종교 때문에 형성되며, 얼마 전 세계적 관심이 쏠렸던 영국에서의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오늘날까지도 인종이나 종교 문제와 같은 여러 이유로 독립하고자 하는 나라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 안에 수많은 나라가 탄생하고 사라졌지만, 아직도 모든 인류를 아우르는 하나의 통일된 세계 공동체의 형성이 불가능한 것은 인간의 독립에 관한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가 간의 충돌과 마찰은 인류 역사를 통해 수많은 세계 전쟁을 일으켰으며, 인종 때문에, 종교 때문에, 그리고 사상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냈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희생자 수만을 보더라도 3500만 명에서 6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다인도 5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 존엄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동선 증진

가톨릭교회는 각국의 이해와 갈등을 조절할 국제 공동체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러한 국제 공동체의 필요성은 인류 가족의 일치라는 대전제하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인류 공동체의 단일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그 근거를 성경의 창조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창세기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역사의 주인인 동시에 우주의 주인이시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활동은 당신께서 창조하신 온 세계와 인류 가족 전체에 두루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창세기는 인간이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자유와 온갖 다양한 먹을거리와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동체를 보장해 주는 삶의 터전 안에서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 살게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구약 성경 전체를 걸쳐, 하느님께서는 인간 생활을 충만하게 해주는 조건들을 축복하시며,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것, 자신을 표현할 자유, 일의 성공,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을 보장해 주고자 하신다는 것이다.

또한 새 인류의 원형이며 토대이신 예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종적, 문화적 차이를 허물어 버렸고, 지상의 개인들과 민족들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인류 가족의 일치를 실현하도록 해주셨다(「간추린 사회교리」 428~432항 참조).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인류가 진정한 국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로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모든 이들에 대한 공동선을 보장해야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433항 참조). 그러나 실제로는 유물론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이념에서 비롯되는 여러 장애 때문에 인류 가족의 일치는 오늘날까지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족적 편견이나 인종 차별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은 인류 가족의 보편적 일치와 국가 간의 공존을 방해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민족 간의 관계나 정치 공동체 사이의 관계가 폭력이나 전쟁, 차별, 위협, 기만의 형태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이성, 공평, 법, 협상의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조정되어야 함을 요구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33항 참조).

여기에 국제법의 필요성이 대두하는데 국제법은 국제 질서, 곧 정치 공동체 간의 공존을 보장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국제 공동체들은 개별적으로는 자국민의 공동선을 증진하면서도 집단적으로는 모든 민족의 공동선을 보장하려 노력하며, 이는 한 나라의 공동선이 인류 가족 전체의 공동선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국제 공동체는 각 국가의 독립성을 부인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권에 토대를 두고 있는 사법적인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민족의 다양하고 독특한 특성들을 상대화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민족의 개별 특성들을 잘 표현하도록 장려하며 서로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갖가지 형태의 분열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434항 참조).

예수께서는 세상의 평화와 일치를 위해 우리 인간을 구원하셨다. 인간에 대한 그분의 무한한 사랑이야말로 모든 분열과 갈등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국제 공동체는 이러한 분열과 갈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함으로써 세상의 평화와 일치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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