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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사회교리 제8장 정치공동체를 중심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과 정치적 권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26 조회수4,272 추천수0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8장 ‘정치공동체’를 중심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과 정치적 권위

 

 

정치는 ‘가장 고급스런 형태의 자선’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론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와 정치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은 공동선을 위한 덕행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다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 뿐이라 말하기 전에 왜 정치공동체가 중요한지를 사회교리를 통해 살펴보자.

 

예수님께서는 민족의 통치자들이 휘두르는 압제와 전제의 권력을 거부하시고, 은인으로 행세하는 정치세력들을 거부하시지만, 그 시대의 권위들에게 직접 반대하시지는 않는다. 카이사르에게 바칠 세금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단언하신 것은 세속 권력을 하느님의 권력으로, 정치권력을 절대권력으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암묵적인 단죄였다. 세속 권력이 아닌 하느님께서만 인간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실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섬기러 왔고 목숨을 바치러 오신”(마르 10,45; 마태 20,24-28; 루카 22,24-27) 사람의 아들로서 정치적 메시아주의 유혹에 맞서 싸우시어 이를 물리치셨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역설(paradox)로 하느님의 권능이 고통당하는 아들의 연약함에서 나타남으로써 세속의 모든 통치권을 불안전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정치적 권력 행사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셨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정치 권위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한계를 벗어날 때, 스스로를 신격화하여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묵시록에서 오만한 박해자의 권력을 상징하는 짐승을 섬기는 “거짓 예언자”(묵시 19,20)는 인간을 현혹하여 이 짐승을 섬기게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권력 앞에서 순교자들은 저항한다. 따라서 교회는 거짓 예언자에 맞서 싸움으로 죽음을 물리쳐 이기신 그리스도께서 몸소 구원하신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고 선포한다. 그분의 나라는 이 시대도 포함하며, 모든 것이 아버지께 돌아가고 인간 역사가 최후의 심판으로 완성될 때에야 끝이 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끊임없이 지배욕의 유혹을 받는 인간 권위의 참되고 완전한 의미는 오직 ‘봉사’에 있음을 드러내신다.

 

그렇다면 봉사는 어떠한 봉사를 의미할까? 인간은 이성을 타고났기에 초월자와 다른 이들에게 열려 있으며, 초월자와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 안에서만 전적으로 완전한 자아 완성에 이른다. 본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존재인 인간에게 사회생활은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차원이다. 따라서 정치 공동체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양심은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에 새겨 놓으신 질서를 “인간에게 일깨우고 이를 따르도록 요구한다”(「지상의 평화」, 5항 1963). 따라서 인류의 고유한 실재인 정치 공동체는 진리와 선을 지향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에 이끌려 공동선과 구성원 각자의 온전한 성장을 이루기 위하여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을 어떠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가치는 있을 수 없다. “정치 생활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84항).

 

인간을 정치 공동체의 토대와 목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근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함으로써 인간 존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실존적 존재로서 최종 목적에서 정치공동체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실정법은 인간의 근본 욕구를 충족시켜 주도록 보장해야 하나, 특정한 개인이나 경제 사회단체의 권리 보호에만 관심을 두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대의 법규와 정치적 질서에는 스스로 필요로 하는 최종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양심의 책임은 정치권력의 지평을 넘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 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 부당한 법이 도덕적으로 사악한 행위에 협력하도록 요청받을 때 그들은 이를 거부하여야 한다. 이러한 거부는 도덕적 의무이며 인간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양심적인 거부권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법적 처벌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뿐 아니라, 법, 규정, 재정, 직업 차원의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국법이 인정하더라고 하느님의 법에 위배되는 관습들에는 공식적이 아니라 하더라고 협력하지 않아야 할 중대한 양심의 의무가 있다. 참된 민주주의는 단지 일련의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는 결과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 존중, 정치 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이 민주주의 발전에 영감을 주는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한 열매이다.

 

[외침, 2017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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