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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86: 사제직(893, 897~90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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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5 조회수37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86. 사제직(「가톨릭 교회 교리서 893, 897~903항)


거룩하게 하는 직무, 사제직

 

 

구약의 에스테르기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유배 시절에, 왕이 하만이란 못된 신하에게 속아 이스라엘 백성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런데 당시 여왕은 이스라엘 사람인 에스테르였습니다. 물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은 살지만, 자신의 동족이 몰살당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에스테르 왕비는 유다인들에게 사흘간 단식하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자신도 단식합니다. 그리고 왕의 허락 없이 함부로 나타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예쁘게 치장하고는 왕 앞으로 나아갑니다. 왕은 하만과 함께 있었는데, 하만의 말보다는 왕비의 말을 더 믿어줍니다. 자신을 속인 하만의 목을 치고 유다인을 몰살하라고 한 명을 거둡니다.

 

그리스도인의 삼중직무, 예언자직-사제직-왕직 중에 예언자적 소명의 핵심은 ‘진리’를 가르치는 데 있습니다. ‘말씀’을 중개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사제직은 ‘은총’을 중개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총은 하느님 선물이고 성령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2003 참조) 말씀으로 구원되지만, 성령으로도 구원됩니다. “성령의 은총에는 우리를 의화(義化)하는 힘이 있습니다.”(1987) 의화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가 회복됨을 의미합니다. ‘구원’과 같은 뜻입니다. 성령을 받으면 영원한 생명을 받는 것입니다. 교리서는 “은총은 하느님의 생명에 대한 참여이다”(1997)라고 말하고, “교회는 … 한 분이신 성령께 생명을 얻는다”(866)라고도 말합니다.

 

에스테르 여왕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생명’을 중개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 은총을 받기에 합당하게 자신을 극기하며 기도하도록 이끌었으며, 자신은 왕에 대한 참된 신뢰로 이스라엘에게 구원을 중개하였습니다. 교회는 이런 직무를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은총에 합당하게 준비시키고 당신 십자가 제사를 통해 우리에게 성령의 은혜를 중개하신 것과 같습니다.

 

신약에서도 이 사제직의 모습이 완전하게 표현된 사건이 있었는데,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1-12)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혼인 잔치에 참석한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로부터 포도주를 얻어냅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말에 예수님은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명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모 마리아의 믿음을 보시고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혼인 잔치가 멈추지 않게 하셨습니다.

 

교리서는 “이 혼인 잔치는 또 다른 잔치, 곧 당신의 신부인 교회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몸과 피를 내주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상징한다”(2618)고 말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교회에 생명의 양식과 죄 사함의 피를 중개한 것입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가 그리스도와 교회 중간에서 이 둘을 새 계약으로 이어주는 사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령의 포도주가 그리스도로부터 성모님을 거쳐 베드로 교회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에 “교회는 베드로적인 차원보다 마리아적인 차원이 앞선다”(773)라고 가르칩니다.

 

교회 성직자들은 마치 구약의 에스테르 왕비나 신약의 성모 마리아처럼 그리스도와 신자들 중간에서 신자들을 거룩하게 하는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이를 주교와 그의 협조자들의 ‘거룩하게 하는 임무’라고 표현합니다. 이들은 신자들의 봉헌과 자신들의 믿음을 통하여 “최고 사제직의 은총의 관리자”(893)가 됩니다.

 

평신도들도 교회와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거룩한 직무를 수행합니다. 평신도들도 성사를 통하여 “성령으로 도유된 사람들로서”, 먼저 자신들을 봉헌하여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영적인 제물이 되고”(1베드 2,5 참조) “어디서나 거룩하게 살아가는 경배자로서 바로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901)하는 사제들이 됩니다. 평신도 사제직을 성직자들의 “직무 사제직”과 구분하기 위해 “보편 사제직”(1120)이라 부릅니다. 이 두 사제직은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1547) 이로 인해 “교회 전체가 사제적 백성”(1591)이 됩니다. 누군가의 사제직으로 은총을 받아 구원된 사람이라면, 그 사람도 또 누군가의 구원을 위해 은총을 중개하는 사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9월 13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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