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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해시대 천주교 전파에 공헌한 한글 교리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09 조회수6,992 추천수0

[한글날 기획] 박해시대 천주교 전파에 공헌한 ‘한글 교리서’


정약종과 이벽 등 교회 지도자들 한문 교리서, 한글로 번역 나서

 

 

- 성찰기략 한글목판본. 절두산순교성지 제공.

 

 

한글은 과학적 창제 원리와 사용 편의성을 자랑하는 세계적으로도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한글은 우리나라 곳곳에 천주교 교리를 전파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한글날을 맞아 한국 초기 천주교회 전파에 큰 역할을 했던 각종 한글 교리서에 관해 알아보고, 한글 저변 확대를 위한 초기교회 신자들과 서양 선교사들의 노력을 되짚어본다.

 

 

한문 교리서의 번역

 

한글은 1446년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반포됐다. 하지만 주류사회는 여전히 한자를 사용했다. 이들은 한문은 ‘진서’(眞書)라 하면서도, 한글은 ‘언문’(諺文) 혹은 아녀자나 쓰는 문자란 뜻의 ‘암글’로 부르면서 천대했다. 한글은 주류사회에서 천대받았지만 궁인과 양반가 아녀자, 일반 백성 사이에 널리 퍼지며 자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표출하는 지적 무기로 사용됐다.

 

이벽, 정약종 등 조선교회 창설의 주역들은 당대 최고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천주실의」 등 서양 선교사들이 쓴 한역서학서 등을 통해 서학을 도입했다. 자신들은 한문 서적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지만, 교회의 가르침을 더 널리 전하길 원해 한글 교리서 집필 등에도 나섰다.

 

마침 교회가 창설되고 아녀자나 한자를 모르던 양민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새 삶을 살길 원했기에,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한문 교리서를 한글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 지도자들 또한 열린 마음으로 한문 서적의 한글 번역을 시도했다.

 

초기교회에서 한글번역을 주로 맡았던 이는 역관 출신으로, 1801년의 박해 때에 순교한 최창현이었다. 최창현은 중국에서 활동하던 예수회 선교사였던 디아즈가 저술한 「성경직해」와 마이야가 저술한 「성경광익」을 발췌해 「성경직해광익」을 편찬하기도 했다. 특히 정약종은 천주교의 기본적 가르침을 순 한글로 명확히 설명한 「주교요지」를 지어 보급했다.

 

초기교회 지도자들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교회가 세워진 지 16년 뒤인 1801년에는, 우리나라에 전파되었던 120종 177권의 한문 천주교 서적 가운데 83종 111권이 한글로 번역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조광 교수는 이에 관해 “「성경직해광익」과 「주교요지」는 당시 천주교가 조선의 모든 계층으로 확산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초기교회가 천주교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려던 노력은 한문교리서를 받아들여 읽었던 지적 운동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초기교회 지도자들은 백성들에게 천주교 교리를 쉽게 알리고 전파하기 위해 한글로 가사를 지었다. 정약전과 이벽은 1799년 각각 십계명의 내용을 쉽게 풀이한 ‘십계명가’와 천주의 존재를 알리는 ‘천주공경가’를 지었다. 대개 4·4조로 쓰인 이 한글 가사들은 일반 백성들을 대상으로 지어졌고, 이는 한글을 존중하는 교회의 전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 주교요지. 한국교회사연구소 제공.

 

 

한글 연구 기초 확립한 프랑스 선교사들

 

1831년 조선대목구 설립과 함께 조선 선교를 담당하게 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한글 사랑은 유별났다. 조선에서 사목 활동을 하기 위해 이들은 당연히 한글을 배워야 했다. 선교사들은 우리 국어의 문법을 체계화해 후임 선교사들이 보다 쉽게 우리말을 배울 수 있도록 길을 닦았다.

 

박해 당시에는 제한된 수의 선교사들이 전국의 교우촌을 돌면서 신자들을 일일이 가르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한글 교리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각종 한글 교리서와 성경은 신자들의 필수품이 됐고, 신자들은 이를 통해 교리를 배우고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천주교 서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베르뇌 주교는 1861년 서울에 인쇄소를 설립해 여러 종류의 책들을 간행했다. 선교사들은 교우촌을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하면서 평신도 지도자인 회장들을 비롯한 많은 신자들이 볼 수 있는 한글 신심서적들을 저술해냈다. 1864년대에는 「성교절요」, 「회죄직지」, 「성교요리문답」 등을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진 데에는 다블뤼 주교의 공이 컸다. 그는 책을 출판하는 데에 힘쓰면서 「성찰기략」과 같은 책을 자신이 직접 한글로 저술하기도 했다.

 

천주교 서적은 행상인들을 통해 전국 지방에까지 퍼졌다. 선교사들의 활동에는 관대했던 때여서, 조선의 관리들도 서적의 유통을 묵인했다. 일반인들은 한글 교리서로 교리를 배우고 스스로 영세를 청했다. 베르뇌 주교는 신자 아닌 일반인들이 천주교 서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오메트르 신부의 서한 등). 또한 베르뇌 주교는 1864년 회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글을 모르는 신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것을 명하기도 하는 등 한글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선교사들은 1854년부터 한글과 관련된 사전 편찬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조선 땅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사전 편찬 작업은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발전을 위한 바탕이 됐다. 다블뤼 주교는 ‘한문-한글-프랑스어 사전’을, 푸르티에 신부는 ‘한글-한문-라틴어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 실제로 푸르티에 신부와 프티니콜라 신부가 공동으로 저술했던 사전과 문법서는 1866년에 완성됐다. 하지만 박해로 모든 것을 압수당했고, 이들의 연구결과는 연기로 사라져 버렸다.

 

비록 병인박해로 인해 사전 원고들이 압수되어 불태워졌지만 이런 노력은 계속되어 1880년 「한불자전」을, 1881년 「한어문전」을 출판할 수 있었다. 이 사전들은 우리말과 글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씨를 뿌렸고, 그 뒤에 나온 여러 사전들과 문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남대학교 역사학과 김정숙 교수는 “프랑스 선교사들은 우리 국어의 문법을 구체화시킨 주역들”이라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조선 말기에 한글 보급의 확대라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글 교리서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기 위해 목판본을 인쇄하는 등 인쇄문화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주요 한글 교리서 및 성경

 

「주교요지」는 최초의 한글 교리서로, 정약종(아우구스티노, 1760~1801)이 일반 양민과 아녀자 교우들을 위해 저술한 상·하 2권의 교리서다. 천주에 대한 인간의 바른 인식(상권)과 성경에 바탕을 둔 계시(하권)에 관한 설명이 주요 내용이다.

신자들 사이에서 필사, 비밀리에 전파된 이 교리서에 관해 복자 주문모 신부는 이 책에 관해 “꼴과 땔나무보다도 더 요긴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특히 「주교요지」는 조선의 사회 상황에 비춰 천주교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 한글로 쓰여 계층을 불문하고 누구나 읽고 교리를 배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교요리문답」은 조선교회가 처음으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로, 세례성사와 고해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를 중심으로 한 문답식 교리서다. 중국 교회에 널리 보급되어 있던 같은 이름의 한문본을 번역한 것으로 다블뤼 주교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가 편찬에 참여했다. 1864년 조선교구장 베르뇌 주교가 목판본으로 펴냈다.


1864년 이후 조선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12세부터 65세에 이르는 신자들은 교리문답을 모두 외워야 했는데, 이러한 관행은 한글로 된 「성교요리문답」이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경직해광익」은 우리말로 편찬한 최초의 성경이다. 복음서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지만, 우리 민족이 한글로 접한 최초의 ‘하느님 말씀’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 신자들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따라서 「성경직해광익」은 초기교회 지도자들이 대부분 순교하는 신유박해 때까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이끄는 신앙 서적 가운데 주요한 서적으로 손꼽혀왔다. 

 

[가톨릭신문, 2016년 10월 9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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