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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예레미아스(Jeremias, 또는 예레미야)는 구약성경의 예언서 중 가장 긴 내용을 지닌 예레미야서의 명목상의 저자이다. 만일 구약성경 안에 예레미야 예언자가 없었더라면, 유다이즘과 그리스도교는 그 종교적 본질을 아주 많이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예레미야가 마음과 인격의 종교를 주창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언자 이사야(Isaias, 5월 9일)보다 한 세기 뒤에, 그러니까 기원전 650년경 에브야타르 사제 가문 출신인 힐키야 사제의 아들로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아나톳에서 태어났다. 에브야타르는 다윗 왕실의 대사제였으나 솔로몬과 왕위를 두고 경쟁한 아도니야 편에 섰다가 축출되어 아나톳으로 쫓겨났었다. 따라서 예레미야는 왕실에 속하지 않은 비주류 사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구약성경은 예레미야 예언자의 생애와 성격에 대해 다른 어느 예언자들보다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그를 3인칭으로 묘사하는 이야기들이 성경 안에 다수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레미야는 23살 무렵인 기원전 627/6년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젊은 예언자로 나섰다. “유다 임금 아몬의 아들 요시야 시대, 그의 통치 십삼년에 주님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렸다.”(예레 1,2) 그는 유다 왕국의 멸망이 예견되었고, 마침내 예루살렘의 몰락을 초래한 비극적 시대를 살고 있었다. 요시야 왕의 종교개혁과 주권 회복은 많은 유다인에게 큰 희망을 안겨 주었지만, 불행하게도 기원전 609년에 요시야 왕이 아시리아 임금을 도우러 출정한 이집트 임금 파라오 느코를 맞서 싸우러 나갔다가 므기또에서 전사하면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2열왕 23,29). 고대 근동 지방은 다시금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고,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가 기원전 612년에 함락됨으로써 바빌론 제국이 세력을 넓혀나갔다.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유다를 비롯한 팔레스티나 주변의 약소국가들을 통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부카드네자르와 이집트가 전쟁을 벌이자 이집트는 유다 왕국을 사주하여 바빌론의 지배에 항거하도록 했고, 유다 임금 여호야킴은 유다의 독립을 되찾고자 했으나 오히려 바빌론의 침략을 받아 예루살렘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기원전 587년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예루살렘에 쳐들어와 성전을 완전히 파괴하고 지도자급 저항 세력과 상당수의 백성을 바빌론 유배지로 끌고 갔다. 결국 유다 땅에는 소수의 비천한 계층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2열왕 25,12; 예레 52,16).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 어두운 시대에 유다 민족의 역사적 비극을 모두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가 그 모든 비극을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예언자로서 지도자와 백성에게 하느님 말씀의 대변자로 나서 맹렬히 설교했고, 때로는 위협하면서까지 유다 왕국의 몰락을 예고했다. 다윗의 왕좌를 차지한 유다의 왕들은 예언자의 이 불같은 경고를 아예 무시했고, 군인들은 예레미야가 패배주의를 선동한다고 비난하며 그를 박해하고 고문하며 투옥하기까지 했다. 결국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말았다. 예레미야는 바빌론 강 기슭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지만(시편 137) 망명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고 고국 땅 팔레스티나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그의 보호자는 바빌론에 의해 유다 총독으로 임명된 그달야였다(예레 40,1-6). 하지만 이스마엘과 그의 부하들이 미츠파에서 그달야 총독을 암살하였다(41,2). 그 후 군대의 모든 지휘관과 백성들은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하느님의 뜻을 물었고, 예레미야는 이집트로 도망가지 말고 고향을 지키라는 주님의 말씀을 전했다. 하지만 바빌론인들의 보복을 두려워한 그들은 예레미야 예언자를 인질로 삼아 이집트로 들어갔다(43,6-7). 혹독한 시대를 견디며 40년 이상 예언자로 활동한 예레미야는 이렇게 강제로 이집트로 끌려갔고, 전승에 따르면 그곳에서 돌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예레미야는 전 생애를 통해 예언자가 겪는 고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혹독한 심판까지 선포해야 했던 그는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가 되고 말았다. 그는 성품이 온순하고 사랑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에게 민족들과 왕국들을 맡기며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으려는” 예언자의 소명(예레 1,10)을 주셨다. 그가 전한 주님의 말씀은 날마다 그에게 치욕과 비웃음거리를 안겨주었다(20,8). 예레미야는 평화를 원했지만 자기 가족과 왕들과 사제들, 그리고 거짓 예언자들과 모든 백성을 거슬러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온 세상을 상대로 시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 빚을 놓은 적도 없고 빚을 얻은 적도 없는데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15,10)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20,9)라고 고백하였다. 하느님과의 내적인 대화는 온통 고통의 외침이었다. “어찌하여 제 고통은 끝이 없고 제 상처는 치유를 마다하고 깊어만 갑니까?”(15,18) 하고 외친 그의 고백은 “저주를 받아라, 내가 태어난 날! 복을 받지 마라,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20,14)에서 그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 고통은 예레미야의 영혼을 정화하고 하느님과의 내밀한 친교를 가능하게 했다. 우리에게 예레미야 예언자가 귀하고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새 계약(예레 31,31-34)을 성문화해 예언하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마음의 종교와 내적인 종교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레미야의 인격적 종교는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종교 가르침을 심화하였다. 하느님은 ‘정의롭게 판단하시고 마음과 속을 떠보시는’(11,20) 분이시고, 각자의 행실대로 갚아주시는 분이시다(17,10; 31,29-30 참조). 하느님과의 우정은 인간의 교활하고 악한 마음의 소산인 죄에 의해 끊어진다. 악한 마음이 모든 죄의 뿌리란 것을 예레미야만큼이나 강조한 사람도 없다(4,4; 17,9; 18,12). 이 점에 관한 한 예레미야는 호세아(Hosea, 10월 17일) 예언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다. 율법은 그에 의해 내면화되었으며 또 하느님과의 모든 관계는 마음의 소산임을 그가 밝혔기 때문이다. 예레미야가 인간의 개인적 인격에 큰 관심을 둔 것으로 보아 신명기(申命記)계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물론 그가 신명기에 바탕을 둔 요시야 왕의 개혁을 처음에는 환영했으나 마음의 회개가 없는 제도적 개혁이 무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백성의 윤리적 · 종교적 삶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내적 인간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함을 예레미야는 간파하고 있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사명은 살아생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으나 죽은 뒤에 그의 명성은 날로 높아만 갔다. 마음의 종교에 기초를 둔 ‘새 계약’의 사상은 예레미야가 유다이즘의 아버지가 되게 하였다. 에제키엘서와 제2 이사야서(40-55장)와 시편들에서도 그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마카베오 시대 사람들은 예레미야 예언자를 민족의 수호자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2마카 2,1-8; 15,12-16). 예레미야는 힘과 물질보다는 영성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영혼이 하느님과 맺는 내밀한 관계를 밝혔다. 그는 또한 그리스도교의 새 계약을 준비한 인물로 통한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정과 말씀 때문에 겪은 고통을 통해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사야서 53장의 ‘고통받는 주님의 종’을 몸소 예고하며 그리스도의 형상(形象)을 미리 보여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도 5월 1일 목록에서 예레미야 예언자가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의 멸망과 백성의 유배를 선포하여 많은 박해를 받음으로써 고통받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3)라는 새 계약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것을 예언하였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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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세르지오 바스티아넬 저, 김혜윤 역, 저는 주님을 보았습니다(성경 속 인물들의 하느님 체험 이야기) - 3장 예레미야, 서울(생활성서사), 2006년, 45-59쪽.
- 정태현 저, 부르심받은 이들의 부르짖음 - '예레미야의 기도', 서울(가톨릭출판사), 2018년, 148-164쪽.
- 폴 보샹 저, 이용권 역, 성경인물50 - 예레미야, 서울(생활성서), 2014년, 267-286쪽.
- 한국가톨릭대사전편찬위원회 편, 한국가톨릭대사전 제9권 - '예레미야서', 서울(한국교회사연구소), 2002년, 6311-6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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