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 제3절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셨다”
- 제3단락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
- I.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신비이다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514 복음서는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분의 나자렛 생활에 대해서도 거의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공생활의 많은 부분도 언급하지 않는다.(186) 복음서에 기록된 것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 515 복음서는 최초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187) 다른 사람들과 그 신앙을 나누기를 원하였던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신앙으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분의 지상 생활 전체에서 그 신비의 자취를 볼 수 있었고, 또 보여 줄 수 있었다. 당신 탄생 때의 포대기에서부터(188) 수난의 신 포도주와(189) 부활 때의 수의에(190) 이르기까지 예수님 생애의 모든 것은 그분의 신비를 가리키는 표징이다. 예수님의 행적과 기적과 말씀을 통해서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육신의 형태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있다.”(콜로 2,9)는 사실이 계시되었다. 그분의 인성은 이처럼 ‘성사’, 곧 그분의 신성과 그분께서 가져오시는 구원의 징표와 도구로 나타난다. 그분의 지상 생활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신비, 곧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구원의 사명을 수행하신다는 사실이다.
- 예수님 신비의 공통 특징들
- 516 그리스도의 전 생애 ─ 말씀과 행동, 침묵과 고통, 존재와 표현 방식 ─ 는 성부의 ‘계시’이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하고 말씀하실 수 있었으며, 성부께서도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하고 말씀하실 수 있었다. 우리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고자 사람이 되셨으므로,(191) 그분 신비의 사소한 모습들도 우리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 준다.(192)
- 517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속량’의 신비이다. 속량(贖良)은 무엇보다도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지만,(193) 이 신비는 그리스도의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강생으로 스스로 가난해지시어 그 가난으로 우리를 오히려 부요하게 하신다.(194) 그분의 숨겨진 생활에서는 순종으로(195) 우리의 불순종을 보상하신다. 그분의 말씀은 듣는 사람들을 정화한다.(196) 그리고 그분은 치유와 구마(驅魔)로써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셨다”(마태 8,17).(197)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심으로써 마침내 우리를 의롭게 하신다.(198)
- 518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총괄 실현’(recapitulatio)의 신비이다. 예수님께서 행하시고 말씀하시고 고통 받으신 모든 것은 타락한 인간의 원초적인 소명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하느님의 아들이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실 때, 그분께서는 자신 안에서 인간의 역사 전체를 총괄적으로 실현하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지름길을 마련해 주셨다. 그러므로 아담으로 잃은 것, 곧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게 된다.(199) 이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시켜 주시려고 인생의 온갖 단계를 거치셨다.(200)
- 우리가 예수님의 신비에 참여하는 친교
- 519 그리스도의 모든 풍요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요, 모든 사람의 재산이다.”(201)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사셨다. “우리 인간과 우리의 구원을 위한”(202) 강생에서부터 “우리의 죄 때문에”(1코린 15,3) 돌아가시기까지, 그리고 “우리를 의롭게 하시려고”(로마 4,25) 부활하시기까지 당신 일생을 사셨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분께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고”(1요한 2,1), “늘 살아 계시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빌어 주신다”(히브 7,25). 그분께서는 단 한 번 영원히 우리를 위하여 살고 고통 받으신 그 모든 것을 지니시고 항상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 앞에”(히브 9,24) 계신다.
- 520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우리의 모범이 되신다.(203) 그분은, 당신 제자가 되어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시는 “완전한 인간”(204) 이시다. 당신을 낮추심으로써 우리에게 본을 보여 주셨으며,(205) 몸소 기도하심으로써 우리를 기도로 이끄시고,(206) 친히 가난한 사람이 되심으로써 우리가 가난과 박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도록 이끄신다.(207)
- 521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살며 겪으신 모든 것을 우리가 당신 안에서 그대로 살게 하시고,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서 그것을 살며 겪으신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바로 그분께서 당신의 강생으로 당신을 모든 사람과 어느 모로 결합시키셨다.”(208) 우리는 그분과 하나 되게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의 모범으로 당신의 육신 안에서 사신 삶에 우리를 당신 몸의 지체로서 참여하게 하신다.
- 우리는 예수님의 실존과 신비들을 우리 안에서 지속시키고 성취해야 합니다.……그 신비들이 우리와 온 교회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성취되도록 자주 기도해야 합니다.……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우리와 온 교회에 그 신비들을 나누고 확장시키며 또 계속하고자 하는 원의를 갖고 계십니다.……이 일은 우리에게 주시기로 계획하신 은총과 그 신비들을 통하여 우리 안에 이루시려는 만큼 효과를 봅니다. 이렇게 하여 그분께서는 그 신비들을 우리에게서 완성하시고자 합니다.(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