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성사의 경륜
- 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 제 2 장 치유의 성사들
- 제4절 고해성사(告解聖事)
- VI. 참회와 화해의 성사
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 1440 죄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에 대한 모욕이고,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의 단절이며 동시에 교회와 이루는 친교에도 해를 끼친다. 그러므로 회개는 하느님의 용서를 가져다주고 교회와 화해를 이루게 하며, 고해성사는 이를 전례적으로 표현하고 실현한다.(33)
- 하느님께서만 죄를 용서하신다
- 1441 하느님께서만 죄를 용서하신다.(34)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마르 2,10)고 말씀하셨고,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35) 하시면서 이 신적 권한을 행사하신다. 나아가 당신의 신적 권위로 이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시며(36) 당신의 이름으로 행사하게 하신다.
- 1442 그리스도께서는 온 교회가 기도와 생활과 실천으로써, 몸소 당신 피로 값을 치르고 얻어 주신 용서와 화해의 표지와 도구가 되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죄를 용서하는 권한의 행사는 사도직을 맡은 이들에게 위임하셨다. 사도들은 “화해의 직분”(2코린 5,18)을 받았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파견되었으며, 그들을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20) 하고 간곡히 권유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시다.
- 교회와 이루는 화해
- 1443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동안 죄를 용서하셨을 뿐 아니라, 이 용서의 결과도 나타내 보이셨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죄 때문에 멀어졌거나 추방되었던 그들을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 안으로 다시 받아들이셨다. 이 사실을 보여 주는 명백한 표지는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당신의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게 하시고, 더구나 그들의 식탁에 함께 앉으셨다는 사실이다. 이는 하느님의 용서와,(37) 하느님 백성의 품으로 돌아오는 복귀를(38) 동시에 표현하는 놀라운 행위이다.
- 1444 주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는 당신의 고유 권한을 사도들에게 주시면서, 죄인들을 교회와 화해시키는 권한도 주신다. 사도들이 지닌 교회 차원의 이 임무는 주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하신 엄숙한 말씀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 “베드로에게 주어진 매고 푸는 저 임무는 그 단장과 결합되어 있는 사도단에게도 부여되었음이 분명하다(마태 18,18; 28,16-20 참조).”(39)
- 1445 “매고 푼다”는 말의 의미는, 교회가 그 친교에서 제외시키는 사람은 하느님에 대한 친교에서도 제외될 것이고, 교회가 친교 안에 다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느님께서도 당신과 이루는 친교 안에 받아들이신다는 것이다. 교회와 이루는 화해와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는 분리될 수 없다.
- 용서의 성사
- 1446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교회의 모든 지체, 누구보다도 우선 세례 후 대죄에 떨어져 세례로 받은 은총을 잃고 교회의 친교에 손상을 입힌 사람들을 위하여 고해성사를 세우셨다. 고해성사는 죄인들에게 회개하고 의화의 은총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교부들은 이 성사를 “은총을 잃어버린 난파 후 두 번째 구명대”(40) 라고 소개한다.
- 1447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교회가 주님께 받은 이 권한을 행사하는 구체적인 형태는 많이 변했다. 처음 수 세기 동안은 세례를 받은 뒤에 특수한 대죄(예를 들어 우상 숭배, 살인 또는 간통죄)를 지은 경우의 화해는 매우 엄중한 징계를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회개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기 전에, 흔히 여러 해 동안, 공적인 보속을 해야만 했다. (몇몇 대죄에만 해당되던) 이러한 ‘참회자 부류’에 속하는 것이 허용되는 일이 드물었고, 어떤 지방에서는 일생에 단 한 번만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 7세기에 동방 수도회의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아일랜드의 선교사들이 이른바 ‘사적인’ 속죄의 절차를 유럽 대륙에 전하였다. 이는 교회와 화해를 하기 전에 오랫동안 공적인 속죄 행위를 요구하던 종전의 관행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이 성사는 참회하는 사람과 사제 사이에서 비밀리에 행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관행은 반복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이었으며, 이 성사를 정기적으로 자주 받을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는 한 번의 성사 거행으로 대죄와 소죄를 한 번에 용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대체로 이러한 형태의 고해성사를 오늘날까지 행해 오고 있다.
- 1448 오랜 세월 동안 변화를 겪어 온 이 성사의 규칙과 거행을 통틀어 볼 때, 불변하는 기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한결같이 두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성령의 감도로 회개하는 사람의 행위, 곧 통회와 고백과 보속이다. 다른 하나는 교회의 중개를 통한 하느님의 행위이다. 곧 교회는 주교와 사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해 주고, 보속의 방법을 정해 주고, 죄인을 위해 기도하며, 그와 함께 속죄한다. 이렇게 해서 죄인은 치유되고 교회와 이루는 친교를 회복하게 된다.
- 1449 서방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죄경은 이 성사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표현한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모든 용서의 근원이시다.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그리고 성령을 보내 주심으로써, 교회의 기도와 직무 수행을 통하여 죄인과 화해를 이루신다.
- 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성령을 보내 주셨으니,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