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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77 인류의 사명은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고 성부의 외아들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사명은 각자가 하느님의 행복으로 들어오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므로 개인적 형태를 취하면서도, 인류 공동체 전체에 관련되기도 한다.
  • 제1절 인간과 사회
  • I. 인간 소명의 공동체적 특징
  • 1878 모든 사람은 동일한 목적, 곧 하느님을 향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신적 위격의 결합과 진리와 사랑 안에 있는 하느님 자녀들의 결합에는 유사성이 있다.(1) 이웃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분리할 수 없다.
  • 1879 인간에게는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은 인간에게 덧붙여진 우연한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요구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거래, 상호 의무, 형제적 대화 등으로 인간은 되도록 자신의 모든 재능을 키우고 자기 소명에 응답할 수 있다.(2)
  • 1880 사회는 인간 개개인을 초월하는 일치의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총체이다. 가시적이며 동시에 정신적 집합체인 사회는 시간 안에 존속한다. 사회는 과거를 이어받아 미래를 준비한다. 인간은 사회를 통해서 ‘상속자’가 되고 ‘재능들’을 받게 되는데, 그 재능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풍요롭게 하며, 인간은 그 재능을 발휘하여 적절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3) 개인은 마땅히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헌신해야 하고, 공공의 선익을 책임지고 있는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 1881 각 공동체는 그 목적에 따라 정의되며 그 고유한 규칙을 따른다. 그러나 “모든 사회 제도의 근본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어야 한다.”(4)
  • 1882 가정이나 국가와 같은 어떤 사회들은 인간의 본성에 더 직접적으로 부합한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참여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한 국가 안에서나 또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제, 사회, 문화, 오락, 체육, 직업, 정치 등의 목적으로”(5) 세워지는 자발적 협의체와 기구들을 장려해야 한다. 이 같은 ‘사회화’는 또한 개인의 능력을 초월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서로 연합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자연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이 사회화는 인간의 장점들을 발전시키고, 특히 그 자발성과 책임감을 발달시킨다. 사회화는 인권을 지키도록 도와준다.(6)
  • 1883 사회화에는 위험도 따른다. 국가의 강제 개입은 개인의 자유와 자발성을 위협할 수 있다. 교회의 가르침은 보조성이라는 원리를 고안해 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상위층의 사회는 하위층 사회의 내적 사안에 간섭하여 그 고유의 임무를 제거하면 안 되고, 오히려 반대로 필요한 경우에는 공동선을 목표로 그 행동이 하위층 사회의 행동과 조화되도록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7)
  • 1884 하느님께서는 모든 권능 행사를 하느님 혼자서만 차지하기를 바라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는 각 피조물들에게 그의 본성의 능력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기능을 맡기신다. 인간 공동체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인간의 자유를 철저하게 존중하시는 하느님의 통치 방식을 본받아야 한다. 그들은 하느님 섭리의 봉사자로서 행동해야 한다.
  • 1885 보조성의 원리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와 대립된다. 이 원리는 국가 개입에 한계를 긋는다. 이 원리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관계를 겨냥하며, 참다운 국제 질서의 건설을 지향한다.
  • II. 회개와 사회
  • 1886 사회는 인간의 소명을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을 내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 종속시키는”(8) 정의로운 가치 체계가 존중되어야 한다.
  • 인간 사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신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사회를 통해 사람들은 진리의 빛 안에서 지식을 교환하고, 권리를 행사하며 의무를 수행하고, 도덕적인 선을 추구하도록 자극을 받으며, 모든 아름다운 것에서 우러나는 합당한 즐거움을 나누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신의 가장 좋은 것을 서로 나누고자 하며, 영적 가치들이 언제나 더 풍요롭게 완성되기를 열망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문화 활동, 경제생활, 사회 조직, 정치 운동과 체제, 입법, 그 밖의 모든 분야를 고무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로써 사회는 인간 공동체를 이루면서 끊임없이 발전한다.(9)
  • 1887 궁극적 목적에 이르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궁극적 목적으로 여기거나, 인간을 어떤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여기는 목적과 수단의 전도(顚倒)는,(10) “최고 입법자이신 하느님의 계명에 부합하는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을 어렵게 하거나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11) 정의롭지 못한 구조들을 낳는다.
  • 1888 따라서 실제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능력과 그의 끊임없는 내적 회개가 필요하다. 마음의 회개에 최우선을 두는 것은 죄를 유발시키는 제도와 생활 여건을 적절히 개선할 의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제도와 생활 여건들은 정의의 규범에 맞아야 하고, 선에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12)
  • 1889 은총의 도움이 없으면, 흔히 사람들은 “악에 굴하는 비겁함과, 악과 싸운다고 주장하면서 실은 악을 조장하는 폭력 사이에서 좁은 오솔길을 찾아낼”(13) 수 없을 것이다. 그 길은 사랑의 길, 곧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길이다.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이다. 사랑은 타인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한다. 사랑은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고, 또 사랑만이 우리가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게 한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 줄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
  • 간추림
  • 1890 하느님의 세 위격이 이루는 일치와 사람들끼리 이루어야 하는 형제애 사이에는 어떠한 유사성이 있다.
  • 1891 인간은 자기 본성에 적합하게 발전하기 위해서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국가 같은 어떤 사회들은 인간의 본성에 더 직접적으로 부합한다.
  • 1892 “모든 사회 제도의 근본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어야 한다.”(14)
  • 1893 민간 협의체들이나 기구들에 대한 폭넓은 참여는 장려되어야 한다.
  • 1894 보조성의 원리에 따르면, 국가나 더 넓은 사회가 개인들과 중간 집단의 자발성이나 책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 1895 사회는 덕을 닦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도와주어야 하며, 정의로운 가치 체계로 이를 고취하여야 한다.
  • 1896 죄 때문에 사회의 분위기가 혼탁해지는 곳에서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회개를 촉구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 사랑은 정당한 개혁을 촉진한다. 복음 외에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15)
  • 제2절 사회생활 참여
  • I. 권위(공권력)
  • 1897 “인간 사회는 그 제도를 지켜 주고 또 충분하게 공동선 실현에 이바지하는 합당한 권위가 없다면, 질서가 잡히지도 않고 풍요롭지도 못할 것이다.”(16)
  • 개인이나 기관들이 사람들에게 법률을 공포하고 명령을 내리며, 또한 그들의 복종을 기대할 수 있는 자격을 ‘권위’라고 부른다.
  • 1898 인간의 모든 공동체에는 그 공동체를 다스릴 권위가 필요하다.(17) 권위의 근거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공권력은 국가의 단일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공권력의 역할은 가능한 한 사회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것이다.
  • 1899 인간의 도덕적 차원이 요구하는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로마 13,1-2).(18)
  • 1900 복종의 의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위에 대한 적절한 존경의 의무를 명하며, 권위의 임무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할 것과, 그들의 공로에 대해 감사하고 호의를 보일 것을 명한다.
  • 로마의 성 클레멘스 교황이 정치적 권력자들을 위해 지은, 교회에서 가장 오래된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19)
  • 주님, 그들에게 건강과 평화와 화합과 안정을 주시어, 주님께서 그들에게 맡겨 주신 통치권을 손상됨 없이 행사하도록 하소서. 하늘에 계신 만대의 왕이시며 주인이신 주님께서 사람의 자녀들에게 영광과 명예와 땅에 있는 것들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습니다. 주님, 그들의 사고력을 선한 것과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에 따라 지도하시어, 그들이 주님께 받은 권한을 평화와 관용 속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행사하여 주님의 인자하심을 깨닫게 해 주소서.(20)
  • 1901 공권력이 하느님께서 정하신 질서에 속해 있으나, “통치 체제 결정과 통치자 지명은 국민들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다.”(21)
  • 다양한 정치 체제들은 그것들을 채택하는 공동체의 정당한 이익을 꾀하는 것이라면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자연법과 공공질서와 사람들의 기본권에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체제는 그 체제를 강요당하는 백성들의 공동선을 실현할 수 없다.
  • 1902 공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은 독재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되며, “자유와 의무의 수용 그리고 책임 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22) 공동선을 위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 인간의 법은 바른 이성에 따른 한에서만 법의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인간의 법이 영원법으로부터 그 유효성을 부여받는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성에서 벗어난 법일수록 그것은 부당한 법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성에서 벗어난 법은 법의 성격을 지녔다기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이다.(23)
  • 1903 공권력은 집단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또한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합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비로소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다. 만일 지도자들이 옳지 못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규정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공권력은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닌 압제로 변질된다.”(24)
  • 1904 “어떤 권력이든 같은 목적에 봉사하는 다른 기능들과 다른 권력들을 통하여 더 원만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사람들의 독단적 의사가 아니라 법이 다스리는 ‘법치 국가’의 원리이다.”(25)
  • II. 공동선
  • 1905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비추어 각 개인의 선익은 반드시 공동선과 연관되기 마련이다. 공동선은 인간의 인격과 관련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 여러분은 마치 이미 의인이 된 듯이 자신 안에만 머물며 고립되어 있지 말고, 같이 모여서 모든 이에게 유익한 것을 함께 찾도록 노력하십시오.(26)
  • 1906 공동선이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 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27) 로 이해해야 한다. 공동선은 모든 사람의 생활과 관계된다. 공동선은 각 개인에게 현명함을 요구하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신중함을 요구한다. 공동선은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 1907 첫째, 공동선은 인간을 인격체로 존중할 것을 전제로 한다. 공권력은, 공동선을 위해서,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사회는 그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소명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공동선은 특히 인간이 제 소명을 다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타고난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조건들을 의미한다. 그 조건들이란 “자기 양심의 바른 규범에 따른 행동, 사생활 보호의 권리 그리고 종교 문제에서도 정당한 자유를 누릴 권리”(28) 들이다.
  • 1908 둘째, 공동선은 사회의 안녕과 집단 자체의 발전을 요구한다. 발전은 모든 사회적 의무의 골자이다. 물론 공동선을 위해 개인의 서로 다른 이익들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공권력에 속한 일이다. 그러나 공권력은 모든 사람이 의식주와 보건, 노동, 교육과 문화, 적절한 정보, 가정을 이룰 권리(29) 등과 같이 진정한 인간적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 1909 끝으로, 공동선은 평화를 지향한다. 이는 곧 올바른 질서의 지속과 안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공동선은 공권력이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안전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 공동선은 개인과 집단의 정당방위의 근거가 된다.
  • 1910 인간의 모든 공동체가 그 스스로 공동체라고 인정할 만큼의 공동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공동선은 정치 공동체 안에서 가장 완전하게 실현된다. 시민 사회, 시민, 중간 집단들의 공동선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 1911 사람들의 상호 의존성은 증대되고 있으며, 점차 온 세계로 넓혀지고 있다. 평등하게 타고난 존엄성을 누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류 가족의 단일성은 전 세계적인 공동선을 내포하고 있다. 전 세계적 공동선은 “식량, 건강, 교육, 노동과 관련된 사회생활 분야는 물론, 어떤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수 상황, 곧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위한 원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난민들의 구호, 또는 이민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30) 과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공동체 차원의 기구 설치를 촉구한다.
  • 1912 공동선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전을 지향한다.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되어야 하며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31) 이 질서는 진리에 바탕을 두며, 정의 위에 세워지고, 사랑에서 힘을 얻는다.
  • III. 책임과 참여
  • 1913 참여란 인간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사회 교류에 투신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맡은 일에 따라 공동선을 증진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이 의무는 인격의 존엄성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 1914 참여는 먼저 개인이 책임을 맡고 있는 분야의 의무를 다함으로써 비로소 실현된다. 예를 들면 인간은 자기 가족의 교육에 정성을 기울이고, 자신의 일을 양심적으로 수행하여 타인과 사회의 선익에 이바지한다.(32)
  • 1915 시민들은 가능한 한 공공 생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 참여 방식은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이 참된 자유로 국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국가 제도는 치하를 받아야 한다.”(33)
  • 1916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사람들의 참여에는 모든 도덕적 의무와 마찬가지로 사회 참여자들의 끊임없는 새로운 회개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법의 구속과 사회적 의무의 규정들을 회피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행위와 여러 가지 다른 기만적 술책들은 정의의 요구와 양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단호히 단죄되어야 한다. 인간의 생활 조건 개선에 이바지하는 기구들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34)
  • 1917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믿음을 두는 가치와 그들이 이웃에게 봉사하도록 북돋워 주는 가치를 확립하여야 한다. 참여는 교육과 문화로 시작된다. “우리는 당연히 삶의 의미와 희망의 근거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인류의 미래 운명이 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35)
  • 간추림
  • 1918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로마 13,1).
  • 1919 모든 인간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하다.
  • 1920 “정치 공동체와 공권력은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또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예정하신 질서에 귀속한다는 것이 분명하다.”(36)
  • 1921 공권력이 사회 공동선을 꾀하려고 애쓴다면 그 공권력은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다. 공동선을 이룩하기 위해서 공권력은 도덕적으로 정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한다.
  • 1922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 체제들은 공동체의 선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 어떤 체제도 정당하다.
  • 1923 정치적 권위는 도덕적 질서의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는 조건들을 보장해야 한다.
  • 1924 공동선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37) 를 말한다.
  • 1925 공동선은 세 가지 본질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 기본권의 존중과 신장, 번영 곧 사회의 정신적 물질적 선익의 발전, 집단과 그 구성원들의 평화와 안전이 그것이다.
  • 1926 인간의 존엄성은 공동선의 추구를 요구한다. 모든 사람은 인간 생활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기구를 촉진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1927 시민 사회의 공동선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다. 전 인류 가족의 공동선은 국제적 사회 기구를 요구한다.
  • 제3절 사회 정의
  • 1928 단체나 개인들이 그들의 본성과 소명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조건들을 실현할 때, 그 사회는 사회 정의를 보장한다. 사회 정의는 공동선과 공권력 행사와 관계된다.
  • I. 인격의 존중
  • 1929 사회 정의는 인간의 탁월한 존엄성을 존중함으로써만 이루어 낼 수 있다. 인간은 사회의 궁극 목적이며, 사회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창조주께서는 인간 존엄성의 수호와 증진을 우리에게 맡기셨다. 모든 남녀는 역사의 모든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엄정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38)
  • 1930 인격의 존중은 인간의 존엄성에서 비롯하는 권리에 대한 존중을 내포한다. 이 권리는 사회보다 앞서 있으며,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권리이다. 이 권리는 모든 공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이 권리를 무시하거나 실정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39)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공권력은 그 구성원들의 복종을 얻기 위해 힘이나 폭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선의의 사람들에게 이 권리를 상기시키고 이 권리를 부당하거나 그릇된 요구와 구별하는 것은 교회가 할 일이다.
  • 1931 인격 존중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존중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웃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겨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웃의 생활을 고려하여 그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을 보살펴야 한다.”(40) 어떠한 법률도 그 자체의 힘으로 진정 우호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방해가 되는 공포와 편견, 교만과 이기주의적 태도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이를 ‘이웃’으로, ‘형제’로 보는 사랑이 있어야만 사라진다.
  • 1932 타인의 이웃이 되어 그에게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의무는, 이웃이 어떤 면에서건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했을 때 한층 더 절실해진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 1933 이러한 의무는 우리와 달리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친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모욕에 대한 용서까지도 요구한다. 그 가르침은 신약의 계명인 사랑의 계명을 모든 원수에게까지 넓힌다.(41) 복음 정신에 따른 해방은, 원수인 그 사람에 대한 증오와는 양립될 수 없지만, 원수인 그 사람이 행하는 악에 대한 증오와는 양립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 II. 사람들 사이의 평등과 차이
  • 1934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동일한 이성적 영혼을 지닌 모든 사람은 같은 본성과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구원된 모든 사람은 똑같이 하느님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았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동등한 존엄성을 누린다.
  • 1935 사람들 사이의 평등은 본질적으로 그들의 개인적 존엄성과 거기에서 비롯하는 권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42)
  • 1936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그의 육체적, 정신적 생명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이와 육체적 능력과 지성적 도덕적 역량과, 누구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부와 그 분배에 따라서 인간들 사이의 차이가 생겨난다.(43) ‘탈렌트’(재능)는 똑같이 분배되지 않는다.(44)
  • 1937 이러한 차이들은 하느님의 계획에 속하는 것으로, 하느님께서는 저마다 필요한 것을 남에게서 받기를 바라시고, 특별한 ‘탈렌트’를 가진 사람들이 그 혜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를 바라신다. 인간들 사이의 차이는 사람들에게 아량과 친절과 나눔을 권장할 뿐 아니라 종종 그러한 의무를 부과한다. 인간들의 차이는 문화들이 서로를 풍요롭게 하도록 자극한다.
  • 나는 모든 덕을 각자에게 똑같이 주지 않는다.……나는 여러 가지 덕을 어떤 것은 이 사람에게, 또 어떤 것은 저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이 사람에게는 특별히 사랑을 주고, 저 사람에게는 정의를, 또 저 사람에게는 겸손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생동하는 신앙을 주겠다.……이처럼 나는 많은 은사와 은총을, 영신적 육체적 은총들을 균등하게 분배하지는 않았다. 나는 각자가 필요한 것들을 모두 가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서로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나는 그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껴 내게서 받은 은총과 선물을 나누어 주는 나의 봉사자가 되기를 원했다.(45)
  • 1938 실로 무수한 남녀들이 당하는 부당한 불평등들도 있다. 그것들은 분명히 복음에 위배되는 것이다.
  • 평등한 인간 존엄성은 더욱 인간답고 공평한 생활 조건에 이르게 되기를 요구한다. 하나인 인간 가족의 구성원들이나 민족들 사이의 지나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추문을 일으키고, 사회 정의, 평등, 인간 존엄성은 물론 사회적, 국제적 평화에 배치되기 때문이다.(46)
  • III. 인간의 연대성
  • 1939 ‘우정’이나 ‘사회적 사랑’이라고도 하는 연대성의 원리는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인다운 형제애가 직접 요구하는 것이다.(47)
  • 오늘날 만연되어 있는 오류는 바로, 모든 사람의 기원의 공통성을 통해서, 속해 있는 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지닌 이성적 본성의 평등성을 통해서, 그리고 죄지은 인류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제단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린 속량의 희생을 통해서 천명되고 부과된 인간의 연대성과 사랑의 이 법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48)
  • 1940 먼저 연대성은 이익의 분배와 근로에 대한 보수에서 드러난다. 연대성은 또한 긴장을 더욱 잘 해소하며, 협상으로 갈등을 쉽게 해결하는 더욱 공정한 사회 질서를 위한 노력을 전제로 한다.
  • 1941 사회-경제적 문제들은 모든 형태의 연대성의 도움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성,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성, 기업에서 근로자들 사이의 연대성과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연대성, 국가와 민족들 사이의 연대성 등이 그러하다. 국제적 연대성은 도덕적 차원의 요구이다. 세계 평화는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달려 있다.
  • 1942 연대성이라는 덕은 물질적 이익을 초월한다. 교회는 신앙의 영적 재화를 널리 나누어 주면서 나아가 세속적 부의 발전도 도왔으며 이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 준 일도 종종 있었다. 이로써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하신 주님의 말씀이 입증되었다.
  • 이천 년 동안 어제나 오늘이나 사람들을 영웅적 사랑으로 이끌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위대한 정신이 교회 안에 계속 살아 있습니다. 농사짓는 수도자들, 노예 해방자들, 병을 치유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두가 인간답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여건을 만들고자 신앙과 문명과 지식을 모든 시대, 모든 민족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49)
  • 간추림
  • 1943 사회는 단체와 개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조건들을 실현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보장한다.
  • 1944 인격을 존중하는 사람은 남을 ‘또 다른 나’로 여긴다. 인격을 존중할 때 인간의 존엄성 그 자체에서 유래하는 기본권도 존중하게 될 것이다.
  • 1945 사람들 사이의 평등에는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과 그 존엄성에서 유래하는 권리의 평등도 따른다.
  • 1946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그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필요를 느끼도록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속하는 것이다. 그 차이들은 사랑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 1947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은 지나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한다. 인간 존엄성은 부당한 불평등의 퇴치를 촉구한다.
  • 1948 연대성은 그리스도교의 뛰어난 덕목이다. 연대성은 물질적 재화보다는 영적 재화의 나눔에 더욱 힘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