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성사란 병, 사고, 노쇠 등으로 죽음에 임박한 신자에게 축성된 기름을 발라 신앙을 견고케 하는 성사입니다. 그러므로 병자성사는 죽음의 준비이면서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는 성사입니다. 병자들을 돌볼 때에 신비체의 고통 받는 지체들 안에서 그리스도 자신을 섬기는 것이며, 또한 두루 다니시며 은혜를 베푸시고 모든 이를 낫게 하신(사도 10, 38) 주 예수의 본을 따라 병든 이들을 돌보라는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마르 16, 18). 이러한 교회의 배려는 건강이 나빠 고생하는 이들을 방문할 때뿐 아니라, 또한 병자들이 병에 시달리고 있을 때나 또는 죽을 위험에 처해 있을 때에 그들에게 성체성사를 받게 해주고, 또 그들을 위해서 특히 생애의 마지막 위급한 상태에 놓여 있는 병자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병자들에게 대한 그리스도와 교회의 걱정과 사랑을 함께 나누어 모든 신자들은 각자의 형편대로 병자를 방문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격려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형제답게 도와줌으로써 병자들을 정성껏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병자 예식서 42)
병자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성사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겪는 여러 상황을 따라 인간을 성화시키십니다. 곧 우리가 병에 걸려 고통을 당할 때에 병고를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을 주시고 그것을 계기로 성화 시키십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병자들의 구원을 위해 병자성사를 설정하셨습니다(마르 6, 12-13). 야고보 사도는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 14-15)."고 하셨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치유하라고 하신 것으로 보아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것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사도들에게 병자를 고치는 능력을 주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셨습니다(루카 9, 2).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서도 3세기의 오리게네스(Origenes),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 등이 병자성사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사임을 인정하고 실제로 경건하게 거행했습니다.
병자성사는 구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병자성사 이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상존성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병으로 생명이 위독한 신자에게는 병자성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병자성사로써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에 참여하고 병고와 죄악으로부터 오는 나약함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특별한 위로와 용기를 받기 때문입니다.
"병자성사는 병자에게 성령의 은총을 받게 해줌으로써 하나의 인간으로서 구원 받도록 도와주며,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써 지탱하게 하고, 악마의 유혹과 죽음의 번민에 대해서 굳세어지게 해주는 것이다. 이로써 병자는 여러 괴로움을 용감하게 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것들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또 영신적 구원에 도움이 될 경우에는 건강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성사는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교적 참회의 완성도 베풀어 주는 것이다(병자성사 예식서 일러두기 2-6)."
본래 병자성사의 집행자는 사제뿐입니다. 따라서 본당신부 및 보좌신부 그리고 병원 사목에 종사하는 신부들과 성직 수도단체의 사제들은 성사 집행의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나 평신도들은 병자들이 성사를 받을 수 있게 사제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여러 본당이나 병원의 병자들이 병자성사를 받기 위해 한데 모여 합동예식 거행에 관한 규정은 교구장의 권한에 속해 있습니다.
병자 성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죽음에 임박한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는 철이 난 신자입니다. 야고보 서간에서는 병자들을 병고로부터 가볍게 해 주고 구원해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도유예식을 실시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질병이나 노환으로 심하게 병을 앓고 있는 신자들에게 온갖 노력과 세심한 주의로 이 병자성사를 베풀어야 합니다. 병자가 이 성사를 받은 후라든지 또는 동일한 병세가 계속되다가 중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에는 반복해서 실시할 수 있습니다. 또는 대수술을 받을 때 병자는 수술 전에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노환으로 기력이 많이 쇠진해지는 노인들에게도 이 성사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형집행을 받을 죄수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는 병자성사를 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병자성사는 꼭 죽을 사람만 받는 성사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성사를 미루는 폐습이 있으나 병자성사라는 말 그대로, 병자가 받는 성사라는 올바른 이해로 적절한 시기에 지체 없이 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사제가 병자에게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을 거두었다면 병자의 죄를 사해주시고 자비로이 천국으로 받아들여지도록 기도만 하고 성사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여부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조건부로 성사를 줄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에 사용되는 기름은 올리브기름이나 혹은 경우에 따라서 다른 식물에서 짜낸 기름일 수 있습니다. 성유는 주교나 교회법에 의한, 또는 교황청의 특별 인정을 받은 권한이 있는 신부가 축성한 것이어야 합니다. 병자성사용 기름은 전통대로 주교가 성주간 목요일에 축성하게 됩니다.
병자성사는 병자에게 성화은총을 더해주어 병자가 죄를 고백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조건부로 죄를 사해주며, 죽음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나 유혹을 극복하는 신앙의 힘을 북돋아 주고, 하느님의 뜻이라면 병자의 건강도 회복케 하는 은총을 받게 합니다. 그래서 병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견고케 하여 임종때 당하는 유혹을 물리치게 하고, 죄의 잠벌과 소죄를 사해주면서, 간혹 그 사람의 구원에 유익하다면 육신의 병도 치유해 주시는 은총의 성사입니다.
"사랑의 아버지이시며 근심하는 자들의 위로자이신 하느님, 당신을 믿고 바라는 교우(아무)를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무서운 고통 중에서 신음하는 그로 하여금 병자성사의 은총으로 위로를 받게 하시며, 또한 당신 성자의 성체와 성혈로 힘을 회복하여, 이로써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여정에 노자로 삼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병자 성사 예식서 제7장 245번)."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신자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노자로써 힘을 얻어 부활의 보증으로 안전해 지게 됩니다. 그것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 54)"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노자의 형태로 모신 영성체는 미사성제 때에 이루어지는 신비, 즉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성부께로 올라가심을 따르는 특별한 성사적 표시입니다. 세례를 받은 신자로서 성체를 모실 수 있는 환자는 누구나 다 노자성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자성체를 받을 때에는 성체성사 때의 신앙고백을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자료 :
[교리 전례 용어해설] 이 기정 편저
[가톨릭 교리서 해설] C. C. K
[공의회 문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병자성사 예식서] C. C. K
병은 생명의 하나의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이 들었을 때 인간은 인생의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병과 고통은 언제나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이 점에 있어 신앙의 빛으로 도움을 받아 고통의 고차적 신비를 깨닫고 용감히 고통을 참아 나가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 세상에서 많은 병자를 찾아보시고 고쳐주신 그리스도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병은 인간과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릴 영광을 그리워하며 그 영광으로 속세로부터 해방될 것을 기다리는 자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참아 이겨 나가는 것은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어 놓으신 인류구원을 위한 그 고난에 동참하는 뜻이기도 합니다(콜로 1, 24; 로마 8, 19- 21). 또한 인간 사회를 위해서나 교회를 위해서도 자신의 고통을 이겨 나가는 것은 자신의 본분인 그리스도를 닮을 기회이기도 하며, 또 이러한 강한 의지력은 영육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질병에 대항해서 용감히 싸우므로 건강이라는 선을 선물로 받을 승리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하느님 섭리계획의 일부일 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면, 병자들이 자신들의 병고를 겪으면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자들만이 병고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 그리고 병자와 관계되는 모든 이들은 병자들이 이 고통을 이겨내도록 정신과 육체를 도와주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병자들을 돌보라고 하신 명령과 말씀을 이행하는 것이 됩니다.
병자성사는 꼭 죽어가는 사람만이 받는 성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병자들이 이 성사를 통해 용기와 위로를 받아 고통을 이겨내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워지며, 때로는 그 병자의 구원에 도움이 된다면 병도 치유되는 은총의 성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성사를 청하는 병자나 가족들은 신앙과 열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면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우선 병자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사제가 성체를 모셔 오고 병자의 방은 성사를 거행하는 거룩한 장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이나 책상에 흰 보나 흰 종이를 깔아 놓고 고상과 초 두 자루, 성수 및 성수채, 냉수, 숟가락 그리고 휴지(사제가 환자에게 기름을 발라주고 씻기 위함) 등을 준비합니다. 성사를 받기 전에 가족들은 사제에게 병자의 상태(의식 유무 등), 병의 종류나 의사의 진단결과, 또한 병자가 냉담 중이거나 조당에 걸려 있는지 아닌지를 상세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 또한 병자의 가족들은 병자성사를 받는 동안 성사에 참여하여 공동체로서 같이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병자는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 힘과 위로를 얻게 됩니다.
1) 성사집전 준비: 사제는 병자의 상태를 알아보고 병자 자신과 가족들에게 병자성사의 뜻을 설명해 주어 가족들이 함께 준비하도록 합니다. 또한 고해성사가 필요하다면 병자성사 예식 처음에 고해성사를 봅니다. 누워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성당이나 다른 적당한 장소에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2) 개회식: 사제는 병자에게 가서 병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성수를 뿌린 다음 기도문을 외우면서 병자와 주위 사람들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병자성사에 관해서 그 의미를 훈시합니다.
3) 참회: 고해성사가 없으면 참회식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청합니다.
4) 성경 낭독과 호칭기도를 하고
5) 구마: 사제는 아무 말 없이 안수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환자에게 마귀의 힘이 사라지도록 기도합니다.
6) 도유: 사제는 성유를 가지고 병자의 이마와 두 손에 바르며 기도를 바칩니다.
7) 병자의 영성체
8) 사제는 병자와 함께 예식에 참여한 모두에게 강복을 끝을 맺습니다.
교회를 이루는 그리스도의 몸에 있어서 한 지체가 고통을 받는다면 다른 모든 지체들도 함께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1코린 12, 26). 그러므로 병자들에게 대한 자비심과 인간의 모든 곤경을 덜어주기 위한 이른바 자선사업이나 상호부조사업 등은 특별한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병에 대한 과학적 기술의 온갖 노력과 병자들에게 기우리는 마음의 온갖 정성은 어떤 면에서 그리스도의 위안의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은 병을 이기려는 노력이나 병자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이 봉사에 마땅히 참여해야 합니다. 이 위안의 봉사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자들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신앙의 말씀과 공동기도로써 병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잘 결합하여 하느님 백성의 선익에 기여하도록 권고해야 합니다.
특히 사제는 병자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제는 성사를 집행할 때 병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일으켜 주며, 수난하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복 돋아주며 용기를 얻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참고자료 :
[가톨릭 교리해설] C. C. K
[가톨릭 신앙입문] 전망 편집부 역편
[공의회 문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병자성사 예식서] C. C.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