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성사란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친히 세우신 성사집행 직위입니다. 따라서 성품성사란 교회 내의 신권을 가진 성직 계급이며 질서(Ordo)를 따른 직분입니다. 이는 교회가 하느님 백성에게 베푸는 사제직분으로 구원의 은혜를 주는 성사입니다. 성품성사로써 거룩하게 축성되고 주교로부터 파견된 사제는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 봉사하기 위하여 선임되어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사제의 직무로써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궁전으로 이 지상에 끊임없이 건설되고 있습니다(사제직무 1).
따라서 성품성사는 영원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히브 5, 1-10; 7, 24; 9, 11-28) 신약의 참 사제로서 복음을 전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드리기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사람을 축성하는 성사입니다(교회헌장 28).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위임한 사명이 종말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씀(마태 28, 20참조)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직무를 대리하는 성직, 즉 교계제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또한 구원의 복음이 모든 세대를 통해서 전파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교회 전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그들의 후계자를 선출하여(사도 20, 28 참조), 성령에 의해 목자가 되게 하고 그들의 직무를 계승하게 했는데, 이것이 계속 계승되어 오는 것입니다.
신약성서는 교회의 성무집행과 성품성사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던 성 목요일에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시오(루카 22, 19)."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재현하는 거룩한 신비를 주관할 책임을 사도들에게 주심으로 성품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이처럼 성품성사의 기원을 성 목요일에 뚜렷이 밝히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면서 죄를 용서할 권한을 주셨습니다(요한 20, 22-23). 즉 주님께서 직접 사제직을 제정하셨고, 당신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인 미사성제를 주관하는 권한과 함께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음을 신약성서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구절에서 기도와 함께 안수로 교회 안에서 성무를 집행할 사람을 임명하셨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도 6, 6; 13, 3; 1티모 4, 14; 5, 22; 2티모 6, 1).
티모테오에게 보낸 서간을 보면 교회 봉사자에게는 그 직무에 합당한 은혜가 안수로써 베풀어졌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지닌 은사, 곧 원로단의 안수와 예언을 통하여 그대가 받은 은사를 소홀히 여기지 마십시오(디모테오 전서 4, 14)." 사도행전에서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 교회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리스도께 구원받을 사람들을 계속 돌보실 성령의 일을 말해주고 있습니다(사도 20, 28 참조). 신약성서의 후기의 책들을 살펴보면 초대 교회부터 직무의 다양성이 나타나고 교회 안에서 시행하던 봉사의 명칭과 형태가 점차 고정된 형태로 자리 잡혀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 같은 책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사제"라고 부른 적이 없으며 그들의 역할이 전례적이거나 경신적인 봉사(성전 관리, 제사, 축복 등)로 한정된 적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교회에 봉사하던 사람들의 직무가 이방인과 유대인의 사제들의 봉사 직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즉, 신약의 봉사자들의 직무는 경신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복음을 위한 것이고(로마 1, 1-6) 화해의 임무(2코린 5, 18)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약에서 의미하는 하느님의 일꾼들은 흩어진 인류를 주님의 식탁에로 불러 모으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로서, 즉 신앙과 형제애 안에 인류를 하나로 모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을 친히 선택하시어 당신 제자로 삼으심과 같이, 지금도 계속하여 많은 신자들 중에서 특별한 자를 가리어 당신 사제직으로 부르시고 계십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성소)을 받은 사람만이 사제직으로 뽑히게 됩니다.
"이 영예는 어느 누구도 스스로 얻는 것이 아니라, 아론과 같이 하느님에게서 부르심을 받아 얻는 것입니다(히브 5, 4; 사제직무 11)." 그리고 사제직 소명에 대한 확인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선정된 사람들을 서품할 책임은 교회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언제나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 16)." 또한, 사제로서 봉사하라는 부르심에 응답할 사람은 사제직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즉, 성소를 잘 보존하도록 항상 기도하고 신체와 정신적 자질도 잘 유지하고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철저한 희생과 봉사가 있어야 하고 교회의 협조도 필요합니다(사제직무 11). 특히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현세에서 이러한 성소에 대한 협력은 고귀한 가치를 지니며, 교회는 사제성소 계발과 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교회 본연의 직무인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성공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믿는 이의 편지 1권 32, 1권 48 참조).
사제로 서품을 받는 사람은 많은 신자들 중에서 특별히 선택되어 그리스도의 사제적 사명에 깊이 참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성직자는 그리스도와 사제직으로 일치하며 세상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표징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품성사의 가장 큰 은총은 그리스도와 일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제들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 생활하여 그리스도의 완덕으로 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은총을 받습니다(사제직무 2). 성품성사를 받을 때 사제는 새로이 하느님께 축성되고 그들은 영원한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산 도구가 되어 천상효력으로써 온 인류사회를 재건하신 그리스도의 놀라운 사업을 세기를 통해 계속할 수 있게 됩니다(사제직무 12). 따라서 성품성사는 별개의 성사로써 수여되고 사제는 도유를 통해 특별한 영적인호가 새겨지고, 이로써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행동할 수 있도록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됩니다(사제직무 2). 그래서 그리스도는 사제 안에서 여러 모습으로 사시고 행동하십니다.
사제는 이러한 특별한 은혜로써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봉사하게 하고 매일 집전하는 전례행위로 그리스도의 성성(聖性)에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제가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업을 영속시키는 유일한 힘을 행사할 때 비로소 표현됩니다(교황헌장 10). 즉 사제가 복음의 선포, 공동체의 구성과 지도, 죄의 용서, 병자의 도유, 성체성사의 거행 등의 그리스도의 사업을 현세에서 실현할 때 그리스도와 긴밀한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참고 자료 :
[공의회 문헌]
[교리. 전례. 용어 해설] 이기정 편저, 가톨릭 출판사
[가톨릭 교리서 해설]
[간추린 생활 교리] 성 바오로 출판사
[그리스도의 가르침]
[믿는 이의 편지] 32호, 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