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문화] 히브리 족장과 힉소스 우리는 성경을 통하여 이집트가 예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의 피난처로 제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이나 야곱의 가족은 가나안 땅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 기근이 들었을 때 일 년 내내 물이 풍성한 이집트로 내려가 도움을 청했고, 신약 시대 예수님의 가족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을 갔다. 하지만 형들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이집트의 재상까지 오른 요셉이야말로 성경의 이집트 배경을 가장 잘 나타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르네상스 이후 이집트를 여행했던 유럽인들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요셉의 곡식 창고’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에서 흘러나와 저지대인 파윰 오아시스의 호수로 흐르는 하천을 아랍어로 ‘바흐르 유셉’, 곧 ‘요셉 하천’이라 부르고 있다. 마네토(Manetho)의 이스라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고생했다기보다 이집트를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사실이 신약 시대의 유다인 역사가 요세푸스의 작품(〈아피온 반박문〉)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이집트의 항구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의 유다인 공동체는 매우 번성했다. 이 도시의 아피온(Apion)이라는 한 이집트 학자는 <유다인들에 대항함>이라는 글을 썼다. 그는 유다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나환자였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쫓겨났으며,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금으로 만든 당나귀를 모셔다 놓고 숭배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치욕스런 비난에 대해 유다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아피온 반박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 글에서 기원전 3세기 이집트의 역사가 마네토(Manetho)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유다인들이 한때 이집트를 통치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유다인을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편 모두가 인용했던 역사 기록의 주인공 마네토는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헬리오폴리스의 사제였다. 그는 제1왕조 시대부터 프톨레마이오스 시대까지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두 30왕조로 나누어 저술한 이집트 최초의 역사가였다. 비록 오늘날 그의 역사책 원본은 남아 있지 않고, 요세푸스의 작품에 일부 인용되었지만 ‘힉소스(Hyksos)’라 불리는 이방 민족이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김성 님은 협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성서고고학 박물관장으로, 성서고고학과 성서지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09년 4월호, 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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