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문화] 에덴의 동쪽에 있는 낙원 에덴과 파라다이스 에덴 동산의 히브리어 표기는 ‘간 베에덴 미케뎀’으로 ‘동쪽의 에덴에 있는 정원’ 또는 ‘에덴의 동쪽에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에덴은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어나 아카드어, 그리고 시리아의 우가릿어나 아람어에서 에덴의 어원은 ‘풍요로운 땅 또는 들판’을 나타낸다. ‘파라다이스’는 원래 고古 페르시아어로 ‘정원’을 의미하는 ‘파이리 다에자(pairi daeza)’에서 유래되었다. 히브리어 ‘파르데스’는 바로 이 단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아르타크세르크세스에게 파괴된 예루살렘 성벽과 성전 복구에 필요한 목재를 왕의 ‘파르데스’에서 채취할 수 있는 벌목 허가권을 달라고 부탁하였다(느헤 2,8 참조). 이 경우 파르데스는 단순한 정원이라기보다 고급 목재를 얻을 수 있는 백향목 숲을 말하며, 지리상 예루살렘에 가까운 레바논 산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최종 편집된 다른 구약성경 구절에서는 파르데스가 단순한 정원이나 과수원으로 등장한다(아가 4,13; 코헬 2,5 참조). ‘낙원’이라는 뜻의 파라다이스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기원전 200년경 오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될 때 ‘에덴의 정원’이 ‘에덴의 파라다이스’로 대체되면서, 파라다이스는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신의 지상 낙원을 뜻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리스어 성경을 읽었던 유다인들에게 낙원은 에덴 동산이기보다 파라다이스로 정착되었다. 따라서 그리스어 구약성경을 자주 인용했던 신약성경에서 파라다이스는 지상 낙원이 아니라 ‘저 세상의 낙원’으로 통용되었다(루카 23,43; 2코린 12,4 참조). 나아가 묵시 2,7에서는 파라다이스가 종말에 건설되며 한가운데 생명 나무가 있는 낙원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곧 첫 번째 인간이 추방되었던 태초의 에덴 동산이 종말에 회복되는 것을 상징한다. 창세기에서 에덴 동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그곳에서 갈라져 흐르는 네 강의 명칭이다. 그중에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터키 동부의 산악 지대에서 발원하여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에덴 동산이 아르메니아 고원 지대에 위치했다는 학설도 있다. 하지만 다른 두 개의 강인 피손과 기혼의 위치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구절만을 근거로 지도에서 에덴 동산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창세기의 에덴 동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수메르인들은 어떤 낙원 사상을 갖고 있었을까? * 김성 님은 협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성서고고학 박물관장으로, 성서고고학과 성서지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09년 11월호, 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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