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그때 그 자리] 예수님은 어디에서 태어나셨나 대림 시기가 되면 성당에는 별이 떠오른다. 한쪽에는 집 한 채가 마련되어 구유와 아기 예수, 마리아와 요셉, 목자와 천사, 양과 염소, 때로는 소와 동방 박사까지 빼곡하게 들어선다. 참 친숙한 모습이지만, 사실 성경에 따르면 이 모든 등장인물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다. 성탄을 전하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의 두 이야기를 교회가 함께 뒤섞은 결과다. 저명한 역사학자 매손은 예수님의 출생지를 나자렛이라고 주장했다. 논거는 네 복음서 모두 나자렛을 예수님의 고향(patriv?마태 13,57; 마르 6,1; 루카 4,24; 요한 1,45-46 참조)으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베들레헴은 예수님께서 다윗의 후손에 관한 메시아 예언(미카 5,2 참조)을 성취시키셨다고 주장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짜맞춘 곳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성서고고학자 머피 오코너 신부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사가가 다른 자료를 사용하여 탄생 이야기를 썼는데도, 모두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으로 베들레헴을 지목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즉 이 이름은 그리스도인들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기억한 것일 수 있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들레헴, 아니면 나자렛? 현재까지 확인된 1세기 문헌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언급한 것은 마태오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의 1-2장뿐이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잉태 예고를 듣고 주요 역할을 하는 이는 요셉이다. 여기서 예수님의 출생지는 “유다 베들레헴”으로 명기된다(마태 2,1 참조). 그러므로 요셉과 마리아가 살던 곳을 베들레헴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예수님을 낳고도 거기서 일정 기간 살았던 것 같다. 당시 임금 헤로데가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죽였기 때문이다(마태 2,16 참조). 그 뒤 천사의 지시를 받고 이집트로 피신하였다가, 다시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의 “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이주한다(마태 2,13-23 참조). 헤로데 임금이 죽은 뒤(기원전 4년) 벌어진 정치적 위험 때문에 먼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온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여정은 거꾸로다. 여기서 마리아는 분명하게(요셉도 암시적으로) 나자렛에 거주한다(루카 1,26 참조). 그러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호적 등록 칙령 때문에 120km 떨어진 유다의 베들레헴으로 간다(루카 12,1-2: 그러나 시리아 총독 퀴리니우스가 유다에 호적 등록을 명한 때는 서기 6-7년이다. 호적 등록은 남자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에게 할례를 행하고 곧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산모 정결례 예식을 행한다(율법에 따르면 산모만 가서 행하지 부부가 함께 가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루카 2,39). [성서와 함께, 2010년 1월호, 이용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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