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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1: 마르코 복음서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4 조회수4,819 추천수1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1) 마르코 복음서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복음서를 읽는 목적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서이다. 즉 복음서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한 수단이 바로 ‘읽기 방법론’이다. 적합한 읽기 방법론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읽으려는 복음서 본문이 가지는 여러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본문의 특성에서 읽기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글이 가지는 다양한 특성에 맞는 적합한 방법론만이 글의 의미와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마르코 복음서의 세 가지 특성

 

그렇다면 마르코 복음서는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첫째, 복음서는 역사적 특성을 가진다. 복음서는 역사적 인물인 예수님과 역사적 사건인 예수 사건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마르코 복음서는 역사의 구체적 상황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위하여 쓰였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읽는 마르코 복음서는 최종 형태로 완성되기 전에 다양한 전승과 편집 과정을 거친 문헌이다. 다시 말해 역사를 가진 문헌이다.

 

둘째, 복음서는 문학적 특성을 가진다. 복음서는 쓰인 글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문학이다. 특히 마르코 복음서는 복음서라는 문학 장르로 쓰인 최초의 작품이다. 복음서 본문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학 양식, 문학 구조, 문체, 문학 기법을 발견한다.

 

셋째, 복음서는 신학적 특성을 가진다. 사실 복음서를 역사적 특성과 문학적 특성을 가지는 다른 여느 문헌과 구별 짓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신학적 메시지이다.

 

이와 같이 마르코 복음서 본문이 가지는 특성을 세 가지 주제어로 표현하면, ‘역사’, ‘문학’, ‘신학’이다.

 

 

마르코 복음서의 본문을 파악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론

 

마르코 복음서 본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첫째, 마르코 복음서의 역사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역사비평적(歷史批評的)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은 복음서를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서 해석하고, 최종 본문이 형성된 이전의 전승과 편집의 역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 방법론이다. 본문 비평, 문헌 비평, 전승 비평, 양식 비평, 편집 비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마르코 복음서의 문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문학 비평적(文學批評的)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은 전승과 편집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읽는 최종 본문에 이른 복음서가 가지는 다양한 문학적 특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 방법론이다. 수사학 비평, 기호학 비평, 서사 비평, 독자-반응 비평, 정경 비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마르코 복음서의 신학적 메시지를 파악하는 신학적 해석학이 필요하다. 이는 본문의 신학적 메시지가 복음서가 쓰일 당시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를 물을 뿐 아니라, 그것이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묻는다. 즉 신학적 해석학은 복음서의 메시지를 독자의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며, 본문의 의미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appropriation)’이다.

 

이와 같이 역사적, 문학적, 신학적 특성을 가지는 마르코 복음서에 적합한 읽기 방법론은 역사 비평, 문학 비평, 신학적 해석학이다.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은 복음서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주석(exegesis)의 방법이다. 주석은 독자와 본문 사이의 ‘거리 두기’를 전제하는 비평적 읽기의 방법이다. 여기서 비평적 읽기란 엄밀한 방법론에 따른 객관적이고 학문적이며 분석적인 읽기를 가리킨다.

 

 

마르코 복음을 새롭게 읽기 위한 기본 태도

 

복음서 읽기의 방법으로써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그러므로 복음서 본문의 역사적 특성뿐 아니라 문학적 특성을 함께 파악할 때 본문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즉 역사 비평적 방법론도 복음서의 문학적 특성을 살펴야 하고, 문학 비평적 방법론도 본문의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복음서 본문을 읽기 위하여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 통시적 방법론과 공시적 방법론의 장점을 종합하여 살펴야 한다. 이것이 마르코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기본 태도이다.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으로 복음서 본문의 의미를 파악한 독자는 신학적 해석학을 통해 본문의 신학적 메시지를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 곧 본문의 의미를 독자의 신앙적 실존과 관련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학문적 복음서 읽기와 신앙적 복음서 읽기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학문적 읽기는 신앙적 읽기가 자의적(恣意的) 해석이 되지 않고 본문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신앙적 읽기는 학문적 읽기가 신앙과 교회 공동체와의 관련성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이것이 마르코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또 다른 기본 태도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역사 비평과 문학 비평, 학문적 읽기와 신앙적 읽기의 방법론적 만남과 대화를 지향한다.

 

[성서와 함께, 2010년 7월호, 송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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