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3) 이야기 읽기의 열쇠인 1장 1절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의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예수님이시다. 복음서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여러 사건을 이야기로 서술한 것이다. 그것은 마르코 복음서의 첫머리인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1,1)에서 잘 드러난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이야기이다. 더 정확히 말해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복음서는 예수님과 그분에게서 일어난 사건을 기쁜 소식으로 전하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에 관한 복음’이라는 내용을 ‘이야기(story)’라는 문학 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예수님을 가리키는 두 가지 호칭 우리는 1,1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복음사가인 이야기꾼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과 ‘그리스도’라고 표현한다. 두 표현은 예수님을 가리키는 일종의 호칭(title)이며, 이는 메시아를 가리킨다. 이야기꾼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는 것을 이야기의 시작에서 미리 밝힌다. 곧 ‘예수님은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꾼의 대답이다. 이야기꾼이 마르코 복음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가 바로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드러난다. 다시 말해 두 호칭은 복음사가가 자신의 복음서에서 전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정체(identity)를 짧게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의 아들’과 ‘그리스도’라는 두 호칭은 전체 이야기의 주제를 표현한다. 다시 말해 전체 이야기는 두 호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1은 전체 이야기를 읽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된다. 우리는 이 열쇠로 마르코 복음서의 이야기 세계를 열어나갈 것이다. 먼저 우리가 할 일은 마르코 복음서 전체에서 ‘하느님의 아들’과 ‘그리스도’라는 표현이 어느 구절에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바로 ‘성경 용어 색인(concordance)’이다. 색인은 성경에 나오는 모든 단어가 어느 책 몇 장 몇 절에 나오는지 일목요연하게 배열해 놓았다. 우리의 성경 읽기를 풍요롭게 만드는 보조 도구인 셈이다. 베일에 싸인 예수님의 정체 이제 두 표현을 중심으로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살펴보자. 앞서 살펴본 대로 1,1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고 밝히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복음서는 전체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어떤 ‘하느님의 아들’이고, 어떤 ‘그리스도’인지 말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정체는 복음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드러날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먼저 세례자 요한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선포와 세례가 소개된다(1,2-8 참조).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요르단 강으로 오셔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다(1,9-11 참조). 이 세례 장면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구절을 발견한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1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하느님의 아들’로 선언된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서다. 1,14-15부터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시기 시작한다.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시며 병자를 고치고 마귀를 쫓아내신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실 때 그분이 누구신지 아는 등장인물이 있다. 바로 악령들이다. 카파르나움의 회당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은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1,24)고 말한다. 그리고 1,34에 따르면 마귀들은 예수님을 알고 있었다. 3,11에서 더러운 영들은 예수님께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고 말하고, 5,7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말한다. 이처럼 악령들은 예수님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의 정체에 대해 침묵하라고 명령하신다. 이 침묵 명령은 마르코 복음서의 중요한 신학적 모티프 중 하나인 ‘메시아 비밀 사상’과 관련이 있다. 즉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정체는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밝혀질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마르코 복음서가 시작된 후 예수님의 정체를 알고 있던 등장인물은 하느님과 악령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분이 누구이신지 질문할 뿐이다. 1,27에서 카파르나움 회당에 모인 사람들은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4,41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풍랑을 가라앉히신 후, 제자들은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라고 서로 말한다. 한편 6,14-16에서 헤로데 임금이 들은 소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예수님을 세례자 요한, 엘리야, 또는 옛 예언자와 같은 예언자라고 말한다. [성서와 함께, 2010년 9월호, 송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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