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94) 뇌물 : 정의에 반하는 뇌물의 폐해 지적 2010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2004년 하반기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부패행위로 면직된 공직자들 면직사유 1위가 뇌물ㆍ향응수수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뇌물수수 문제는 여전히 언론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고 있다. 뇌물의 폐단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는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로 규정하고 단속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 고전 「맹자」에선 군자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니 말이다. 뇌물을 받은 이들의 단골 핑계는 '선물'로 줬으니 받은 것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물은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해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고자 넌지시 건네는 돈이나 물건을 뜻하고 있다. 선물은 '주다'의 의미만 있지만 뇌물은 '주다+받다'의 의미가 있으니, 선물과 뇌물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성경에도 뇌물에 대한 언급이 많다. 질서를 무너뜨리고 정의에 반하는 뇌물의 폐해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으며, 사회의 공정과 정의, 법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뇌물을 금하고 있다. "너희는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뇌물은 온전한 눈을 멀게 하고, 의로운 이들의 송사를 뒤엎어 버린다"(탈출 23,8). 성경은 뇌물이 끼치는 효력을 요술에 비유하기도 했다. "뇌물을 주는 자의 눈에는 그것이 요술 보석 같아 그가 몸을 돌리는 곳마다 안 되는 일이 없다"(잠언 17,8). 뇌물의 가장 큰 폐해는 판단력을 어지럽히고 온전한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다. "억압은 지혜로운 이를 우둔하게 만들고 뇌물은 마음을 파멸시킨다"(코헬 7,7). 뇌물을 좋아하는 자들은 악을 조장해 결국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끈다(욥 15,34). 그래서 예언자들도 뇌물의 죄악을 단죄했다. "정녕 나는 너희의 죄가 얼마나 많고 너희의 죄악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너희는 의인을 괴롭히고 뇌물을 받으며 빈곤한 이들을 성문에서 밀쳐 내었다"(아모 5,12). 이사야도 비슷한 말로 나라의 지도층을 질책한다. "네 지도자들은 반역자들이요 도둑의 친구들. 모두 뇌물을 좋아하고 선물을 쫓아다닌다.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지도 않고 과부의 송사는 그들에게 닿지도 못한다"(이사 1,23). 하지만 뿌리치기 힘든 뇌물의 유혹을 거절하는 이는 결국 복을 받는다. "부정한 이득을 챙기는 자는 집안을 어지럽히지만 뇌물을 싫어하는 이는 잘 살게 된다"(잠언 15,27). 뇌물과 관련된 성경 말씀에서 재미있는 것은 뇌물을 주는 자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는 것이다. 뇌물을 주는 자는 약자였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성경시대에 뇌물을 받을 정도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때로는 생명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자였다. 성경은 이러한 강자들, 직책을 받은 이들의 책임을 강조한다. "네 안에서는 사람들이 뇌물을 받아 남의 피를 쏟는다. 너는 변리와 이자를 받고 이웃을 억압하여 착취한다. 그러면서 너는 나를 잊고 있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에제 22,12). 하느님께서는 부정과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는 신앙인들은 마땅히 뇌물을 멀리해야 한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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