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97) 점 : 점술과 주술 엄중히 금지 - 교회는 점이 신앙의 기본을 훼손할 수 있기에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리랑고개에 있는 역술원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중 세계 축구팬들 관심을 한데 모았던 스타 중 하나는 사람이 아닌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 점쟁이 문어 파울이었다. 파울은 독일 대표팀 경기는 물론 결승전 결과까지 모두 맞혀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울은 월드컵 이후 세계 여러 수족관의 '영입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점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분명 사람들을 잡아끄는 대단한 유혹이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점을 보았다. 고대 근동인들은 생명이 피에 들어 있다고 보았다. 특히 내장기관인 간이 바로 그러한 피, 곧 생명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던 점술은 희생 제물로 바친 짐승의 내장, 특히 간의 모양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들은 간을 잘 살피면 신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약성경에도 점술이나 주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점술과 주술이 엄중히 금지됐다. 이스라엘 첫 임금 사울은 혼령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영매와 점쟁이들을 나라 밖으로 몰아낸다(1사무 28,3). 또한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들을 해칠 점술도, 마술도 없다고 생각했다. "정녕 야곱에는 점술이 없고 이스라엘에는 주술이 없다. 이제 야곱을 두고, 이스라엘을 두고 말하리라,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민수 23,23). 그러나 이스라엘에도 다른 곳들과 다름없이 점술과 주술이 번성했다. 이사야 예언자는 유다 땅에 점쟁이들과 주술사들이 가득하다고 한탄했다(이사 2,6; 8,19). 북부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한 이유에도 점이 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 아들딸들을 불 속으로 지나가게 하고, 점괘와 마술을 이용하였다. 이렇게 그들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는 일에 자신들을 팔아 주님의 분노를 돋우었다"(2열왕 17,17). 폭군으로 유명한 유다 므나쎄 임금도 영매와 점쟁이들과 어울린 대가로 하느님의 단죄를 받았다(2열왕 21,6). 반면 요시야 임금은 개혁을 단행하면서 율법대로 점쟁이들과 영매들을 대대적으로 제거했다. "요시야는 또 유다 땅과 예루살렘에서 눈에 뜨이는 대로, 점쟁이와 영매와 수호신들과 우상들과 온갖 혐오스러운 것들을 치워 버렸다"(2열왕 23,24). 율법에서는 점술을 비롯한 갖가지 주술이 명백히 금지된다. 점을 쳐서도 안 되고, 주술을 부려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레위 19,26). 왜냐면 점은 하느님 백성을 부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신명 18,9-14). 또 영매나 점쟁이들을 찾아가는 것 역시 우상을 숭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죄였다. 신약성경에서는 점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별로 없다. 초대교회 신자들 삶의 모습에서 점술은 전혀 볼 수 없다.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한 신자들은 점술 같은 것을 찾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사도 16,16-18). 그들은 주님을 신뢰하고 그분께 의지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교회에서는 점을 보거나 궁합을 맞춰보는 행위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또 심심풀이로 점을 보거나 운세를 볼 때에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칫 신앙의 기본 자세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0년 12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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