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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열정적이고 이기적인 여성 라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4 조회수4,518 추천수2

[성서의 인물] 열정적이고 이기적인 여성 라헬

 

 

야곱은 라반의 두 딸 레아와 라헬 중에서 라헬을 더 사랑했다. 레아는 시력이 약했다. 시력이 약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은 당시 근동지방의 미(美)의 기준에서 큰 결점이었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운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곱고 아름다운 여성이 남성의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야곱의 열정적이고 끊임없는 사랑을 독차지했던 라헬은 어떤 여성이었을까? 라헬은 겸손하고 순종적인 여성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활달하고 자신감에 넘쳐흐르는 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미모가 뛰어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성은 자신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지나쳐 교만해 보이는 모습을 띠기도 한다. 그녀는 야곱의 사랑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았다.

 

라헬은 강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라헬은 야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자 언니 레아를 심하게 질투했다. 그녀는 야곱에게 따지면서 대들었다.

 

“여보 저도 자식을 갖게 해주세요. 만약 아들을 낳지 못하면 저는 콱 죽어 버릴 거예요.”

 

“아니 당신도 딱하구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안 생기니 어떡하겠소. 나도 답답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소.”

 

“그러면 내 몸종 빌하를 통해 아들을 낳아주세요. 언니 레아에게 지는 것을 저는 참을 수가 없다고요.”

 

“아니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소?” “잔소리 말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할거예요 말 거예요?”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한 라헬은 자신의 삶이나 집안일에 거침이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큰 소리도 치고 분수없는 행동도 했을 것 같다. 그녀는 언니 레아와 아들 낳기 경쟁을 벌였다. 드디어 자신도 아들을 낳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하느님께서 드디어 내가 얼굴을 들고 살 수 있게 해주셨어. 내 부끄러움을 씻어주신 거야. 아들을 하나 더 낳을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구나!”

 

라헬은 이기적인 여성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는커녕 또 아들 욕심을 부렸다. 라헬을 통해 인간의 교만한 마음을 잘 엿볼 수 있다. 또 그녀는 훗날 남편과 레아 등 모든 식구가 아버지의 집을 몰래 도망칠 때 맹랑한 짓을 저질렀다. 남편도 모르게 아버지 집의 수호신을 훔쳤던 것이다. 사흘 만에 소식을 듣고 야곱 일행을 뒤따라 온 라반은 노발대발 화를 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전쟁포로 도망치듯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칠 수 있느냐? 그리고 왜 내 집 수호신을 훔쳐갔느냐?”라고 화를 내며 라반은 이 잡듯이 야곱 일행의 숙소와 짐을 뒤졌지만 수호신을 찾아내지 못했다. 라헬이 낙타 안장 속에 집어넣고 그 위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저는 지금 월경중이어서 낙타에서 내리지 못 합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결국 라반은 수호신을 찾아내지 못했다. 남편 야곱이 재산과 가족들을 이끌고 허겁지겁 도망치는 마당에 아버지의 수호신까지 훔치는 라헬의 대담한 행동에서 그녀의 성격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 타향으로 가게 되니 불안하여 수호신에 의지하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라헬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적극적이고 독한 성격의 라헬은 결국 막내아들 베냐민을 낳다가 죽는다. 어떻게 보면 라헬의 불같고 이기적인 성격이 그녀의 죽음을 자초했을지도 모른다. 라헬은 질투심이 강했고 욕심과 집착도 심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평생 동안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가지 자식 복이 없었다.

 

그녀는 자식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었던 여성이었다. 끝내 자식을 낳다가 숨을 거둔 그녀는 죽은 후 가족 묘지가 아닌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가에 쓸쓸히 묻혔다.

 

끝없는 욕심에 끊임없이 자신을 불태웠던 라헬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욕심에 관해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한다.

 

[평화신문, 1999년 9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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