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인물] 부르심을 거부했던 모세 광야에서 지내던 모세는 갑자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모세는 미디안 사제인 장인 이드로의 양떼를 치는 목자로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양떼를 몰고 호렘산을 지나게 되는 데 하느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모양으로 나타나는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지 않는 것을 본 모세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때 바로 하느님께서는 “모세야 모세야” 하고 부르셨다. 무섭고 떨리는 모세였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세야 가까이 오지 말고 신을 벗어라.” “왜요?”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어라.” 그리고 하느님은 다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나는 네 선조들의 하느님이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서두는 생략하고 나는 내 백성이 이집트 땅에서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제 이집트인들의 손아귀에서 내 백성을 구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자 모세는 무서워 떨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저에게 말씀하십니까?” “내가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너는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건져 내거라.” 그러자 모세는 정색을 하며 하느님께 대꾸했다. “무슨 말씀을? 아니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못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 너는 나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온 다음 이 산에서 하느님을 예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 제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서 너희 조상인 하느님이 나를 보내셨다고 하면 그들이 잘 믿지 않을 터인데 뭐라고 하죠?” 그러자 하느님은 모세에게 “나는 곧 나다”라고 하시고는 “어서 가서 이스라엘 장로를 모아놓고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께서 나에게 나타나 명령하셨다고 일러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모세는 순순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저는 미친놈이라 하며 믿지 않을 것입니다. 괜한 헛수고 하는 거라구요.” “그러면 내가 두 가지 증거를 함께 주마.” 그리고 하느님은 모세에게 지팡이를 던지게 하셨다. 그러자 땅에 떨어져 뱀이 되었다. 다시 꼬리를 잡자 지팡이로 되었다. “모세야 이번에는 손을 품에 넣어 보아라.” “아니 왜요?” “글쎄 시키는 대로 해보아라.” 모세가 손을 품에 넣었다가 꺼내며 깜짝 놀랐다. “으악!” 모세의 손이 문둥병이 들어 마치 흰 눈이 덮인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품에 두 손을 넣자 말끔해졌다. “모세야 이 두 가지 기적을 보고도 이스라엘 백성이 안 믿겠느냐? 그러면 내가 다른 기적도 보여줄테니 걱정 말아라.” 모세는 하느님께 사정했다. “하느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도무지 말재간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면 입이 둔하고 혀가 굳어 말을 못합니다. 말을 못하는 데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을 설득하겠습니까?” 그러자 하느님을 화를 벌컥 내셨다. “아니 그래도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내가 누구냐? 하느님이야 하느님 내가 도와줄테니 잔말 말고 내 말을 들어라.” “죄송한데요 딴 데 알아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는 아무래도….” 그러자 하느님은 더 화가 나셨다. “이런 답답한 놈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는데도… 못 알아듣고 잔소리 말고 내 말대로 해 그러면 레위 사람인 네 형 아론이 있지 그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가 너를 대신해서 말을 해줄 것이다. 내가 언제든지 너희를 도와줄테니 이 지팡이를 가지고 떠나라.” 그래도 못미더운 듯 모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니 왜 하필 나야 나보다 더 능력이 많은 사람도 많은데….”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인 모세도 처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여러 핑계를 대고 도망치려 했다. 그는 거듭되는 하느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여섯 번이나 핑계를 대고 거절하다 마지막에 마지못해 부르심에 응하게 된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모세에게 있어서 일상생활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었다. 모세는 보통 사람들처럼 아무 걱정없이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다르다. 어느 사람이나 결점이 없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하느님은 인간의 결점까지도 이용하시어 당신의 뜻을 이루신다. 모세는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절할 수 없었다. 모세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불만을 갖고 불평을 터뜨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우리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쉽게 응답하지 못할 때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모세를 생각하며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절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마치 부모가 철부지 자식을 대하듯 인내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날 사목자 사회와 교회의 지도자들 어른들이 가져야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평화신문, 1999년 11월 2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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