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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위대한 선교사 사도 바오로1: 연재를 시작하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16 조회수4,706 추천수1

[동녘에서 서녘까지, 위대한 선교사 사도 바오로] (1) '사도 바오로' 연재를 시작하며

 

 

사도 바오로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에 삶의 중심을 두고 전 생애를 살다간 위대한 선교사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인생을 관조한 신학자다. 기원 후 5~10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바오로 사도는 33년께 회심(갈라 1,15-16 등) 이후 64년께 네로 황제 치하에서 순교하기까지 3차 전도여행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민족 종교 내지 지역 종교에서 세계 종교로 탈바꿈시켰다. 새해를 맞아 이 위대한 선교사 바오로 사도의 영적 삶과 그 여정을 한국정교회 초대 대교구장을 지낸 그리스 출신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의 기고와 서양화가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씨의 삽화를 통해 돌아보는 기획에 들어간다.

 

누가, 동서로 2500km 가량 뻗은 히말라야 산맥을 탐사하고, 이 중 가장 높은 해발 8848m 에베레스트(초모랑마) 산 정상에 대해 알려달라는 청을 받았다고 하자. 그 요청에 흔쾌히 당장 그러겠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그런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힘없는 다리와 부실한 체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도들 가운데 으뜸이고 살아있을 때 벌써 '셋째 하늘'에까지 들어 올려진(2코린 12,2 참조) 사도를 널리 알리는 일을 맡는다면 아마 훨씬 더 주저하게 될 것이다.

 

그가 바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름을 받은'(1코린 1,24) 성 바오로다. 우리는 하느님인 그리스도 다음으로 거룩한 성모를 공경하지만 성 바오로 역시 구원 역사에서 큰 일을 하신 사도로 여긴다.

 

 

바오로 사도와의 귀한 인연

 

새해 기획 '동녘에서 서녘까지, 위대한 선교사 사도 바오로'를 연재하고자 지난해 8월 30일부터 한 달간 걸어간 그리스ㆍ터키 순례 길. 이스탄불(옛 지명 콘스탄티노플)을 출발점으로 아현 까라히살 → 안티오키아 → 니스 → 베르게 → 알라기아에 이른다. 다시 베르게로 되돌아와 미라 → 에페소 → 스미르나 → 모스호니씨아 → 부루사에 도착해 근처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크레타(비행기로 이동) → 테살로니카(비행기로 이동) → 필리피 → 네아폴리스를 지나 다시 필리피를 지나 테살로니카로 다시 돌아왔다. 이어 베로이아 → 메테오라 → 아르타 → 니코폴리스(대륙을 잇는 긴 다리를 건넘) → 파트라 → 코린토를 지나 아테네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교회는 바오로 사도를 '으뜸'사도라고 부르며, 열두 사도 가운데 또 으뜸인 베드로 사도와 함께 6월 29일에 축일을 지낸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교회는 성인들의 축일을 주로 그 성인이 잠든 날(돌아가신 날)로 정한다.

 

전승에 따르면 이 두 사도는 네로 황제 박해 때 순교했으나 정확히 언제 순교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우상숭배자들로부터 두 사도의 거룩한 유해를 보호하고자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 있는 성 세바스티아노 카타콤으로 성해를 옮긴 날을 기념하면서 교회는 두 사도의 축일을 같은 날에 지내게 됐다.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두 사도는 교회의 두 큰 기둥으로서 베드로 사도는 할례 받은 이들(유다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위임을 받았고, 바오로 사도는 다른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위임을 받았지만 훗날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나라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빚어진다(갈라 2, 9 참조). 그래서 이 두 사도 축일을 함께 지내도록 결정함으로써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가 일치한다는 데 그 의미를 둔다.

 

'동녘에서 서녘까지' 연재는 복음 선포에 온 생애를 바친 으뜸 사도 바오로의 삶과 업적을 살펴보려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이 위대한 성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또 사도 성 바오로를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가운데 바오로 사도와 갖가지로 얽힌 인연이 있다. 내 삶의 국면 국면마다 엇갈리면서도 만나게 되는 바오로께서 내게 이 글을 쓰라고 권하는 것 같다.

 

바오로 사도와의 첫 인연은 고국에서 비롯된다. 그리스 이피로스 지방 니코폴리스로부터 40㎞ 떨어진 고대도시 아르타가 바로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티토에게 보낸 사도의 편지에 나타나듯(티토 3,12) 바오로 사도는 주후 66년 가을에 니코폴리스를 찾았고, 그곳에서 겨울을 보낸다.

 

이 도시는 기원전 31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악티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승전을 기념해 세운 도시다. '니코폴리스'는 '승리한 도시'라는 뜻이다. 이피로스 지방 중심 도시이자 로마 식민 도시로 건설된 이 유서깊은 도시는 오늘날 알바니아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 북서 지방에 있다.

 

학창 시절, 고대 니코폴리스에 답사를 간 적이 있다. 성벽 잔해와 거대한 극장, 배 모양 스타디움, 아이스퀼로스의 그리스 고대 비극을 상연하던 극장이 보존돼 있었다. 45㎞ 떨어진 샘에서 도시에 물을 공급하던 수로 잔해들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이 수로를 통해 니코폴리스에 물을 공급했던 바로 그 샘에서 내 고향 도시 아르타는 물을 공급받고 있다. 사도께서 니코폴리스에서 겨울을 나며 마신 그 샘물을 내가 마시고 있다는 생각에 어린 내 마음이 얼마나 벅찼던지!

 

또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거대한 성전도 인상이 아주 깊었다. 그 성전들 가운데 하나는 길이가 75m에 폭이 48m 규모였는데, 바닥에는 멋진 모자이크가 남아 있었다. 이런 바실리카들이 여덟 군데나 발굴됐다.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에 이처럼 웅장한 성전들이 세워졌다는 것은 당시 사도께서 뿌리신 생명의 씨앗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는지를 증명한다. 답사 길에서 성전들을 둘러보면서 어린 우리는 열정으로 가득 찬 사도께서는 분명 이 길을 지나며 복음 말씀으로 생명의 씨앗을 뿌리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6월 29일 아레오파고스서 예식

 

바오로 사도와의 인연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한 아테네로 이어진다. 아테네는 바오로 사도의 설교를 직접 들은 도시다. 사도행전에는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 아레오파고스에서 어떤 말씀을 했는지 잘 기록돼 있다(17,16-31). 지금은 그곳에 바오로 사도 말씀 전문이 새겨진 현판이 있다.

 

처음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 아레오파고스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처음 밟으며 벅찬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바오로 사도의 설교로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참된 하느님에 대해 처음 듣게 된다. '아레오파고스'라는 이름은 본디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 곧 군신(軍神)이다. 현재 위치해 있는 '아레오파고스' 가까이에 아레스 신전과 그 신의 동상이 있었다고 해서 그 언덕을 '아레오파고스'라고 부르게 됐다.

 

'아레오파고스'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가까이에 있는 115m 정도 높이 큰 언덕이다. 그곳에 고대 그리스시대 아테네 대법정이 있었고, 후에 이곳에는 대법정뿐 아니라 아테네 시의회도 자리잡게 된다. 여기에서 아테네 시의회는 법률 제정과 그 법률을 집행하고 감독하는 임무까지 도맡았다.

 

바오로 사도는 바로 그 입법과 사법, 행정 중심지에서 아테네 사람들이 당시까지 알지 못하던 신, 즉 하느님에 대해 연설을 한다. 당시 그곳은 아테네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들과 철학자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아레오파고스에서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축일인 6월 29일 저녁이 되면 바오로 사도를 기념하는 장엄한 예식을 거행하며 사도행전에 실린 그의 말씀을 낭독한다. 이 예식에 참여한다면, 우리도 그 순간에만 맛볼 수 있는 감동을 전율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오로 사도' 기숙사서 생활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사도 17,23).

 

이천 년 전 그 자리에 울려 퍼졌던 바오로 사도의 목소리를 다시 그 자리에서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기억'의 의미가 아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머리로만 행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때를 다시 사는 것이다. 성찬례를 제정하실 때 주님께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고 하신 말씀은 이것을 뜻한다. 우리는 날마다 성찬례를 거행하며 주님 사랑을 다시 살고 있지 않은가. 기억하지 않으면 상실한다. 잊으면 잃는다.

 

아레오파고스는 유명한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초대교회 때 펼쳐진 선교 역사를 살펴볼 때, 이교도 신전이 즐비하고 세속 학문의 극치를 이루던 곳인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고대 그리스 문화의 정수가 찬란하게 꽃핀 그곳에서 용기를 내 하느님을 선포한 바오로 사도의 연설은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해마다 6월 29일 저녁이 되면 이렇게 유서 깊은 아레오파고스의 제일 높은 곳에서 아테네 정교회 대주교와 수십 명의 주교들, 수백을 헤아리는 사제들이 자리한다. 그 아래에는 수천 명의 신자들이 바오로 사도 시절 신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서 당시 바오로 사도가 선포하신 그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서 모두 함께 바오로 사도를 기리는 노래를 부른다.

 

"만방에 복음을 전하신 분, 지극히 위대한 현자, 아테네인들의 스승이자 아름다운 교회를 세우신 분이여, 우리는 기뻐하며 당신을 기립니다. 당신의 투쟁과 그리스도를 위해 겪으신 고초와 당신의 순교를 기리오니, 성 바오로 사도여, 우리 영혼을 위해 그리스도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성 바오로의 투쟁, 그가 겪어야 했던 고초, 그리고 순교로 완성되는 그의 일생을 기리는 것은 그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 우리 또한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놀랍게도 아테네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내가 머물던 기숙사 이름도 '바오로 사도'였다. 어딜 가든 늘 바오로 사도를 만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기숙사 한복판에 걸린 바오로 사도의 크고 아름다운 성화는 내 일상에서도 늘 그의 존재를 느끼게 했고 또 많은 영감을 줬다.

 

 

연재에 들어가며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

 

 

연재에 앞서 집필을 맡은 한국정교회 초대 대교구장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는 바오로 사도의 영적 여정을 다시 돌아봤다. 그리스는 자신의 고국이었고, 터키는 시민권자로 있는 나라였다. 터키는 또 자신이 대주교로 있는 피시디아와 안탈리아가 있는 신앙의 터전인 데다 여러 차례 순례한 바 있는 터였다. 그렇지만 이번 순례는 팔순을 훌쩍 넘겨 이뤄져서인지 훨씬 더 각별했다.

 

순례 여정은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간 이뤄졌다. 이번 여정을 통해 트람바스 대주교는 바오로 사도의 영적 여정과 전도여행을 새롭게 조명했고, 정미연(56, 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는 삽화를 통해 그 여정을 그림으로 형상화해냈다. 다음은 새해 기획 '동녘에서 서녘까지, 위대한 선교사 사도 바오로'를 집필하는 트람바스 대주교와 삽화를 맡은 정미연씨 약력이다.

 

◆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 = △ 1929년 그리스 아르타 태생 △ 1951년 아테네대학 신학부 졸업 △ 1956년 레스보스 레모노스 수도원에서 서원 △ 1960년 사제수품 △ 1965년 그리스 군종 사제 △ 1968년 아테네대주교청 교무국장 △ 1975년 한국정교회 봉직 자원, 성 니콜라스 서울성당 부임 △ 1982년 성 니콜라스 신학원 설립해 사제지망생 지도 △ 1986년 동방선교재단 설립, 국ㆍ내외 선교 담당 △ 1993년 터키 질론 명의 주교로 뉴질랜드 대주교구 보좌주교 수품 △ 1995년 재단법인 한국정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 2000년 서울시 명예시민 △ 2004년 4월 20일 세계 총대주교청 주교시노드 결의에 따라 한국정교회가 대교구로 승격되자 초대 대주교에 선출, 6월 20일 착좌 △ 2006년 10월 평양 성삼위 정교회성당 방문 및 강론 △ 2008년 5월 27일 터키 피시디아와 안탈리아 대주교로 선출되면서 한국정교회 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남 △ 현재 가평 구세주 변모 수도원 영적 지도

 

◆ 정미연 작가 = △ 1955년 대구 태생 △ 1978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하양교정) 졸업 △ 1995년 서울 세검정본당 기공 기념 개인전 시작으로 테라코타전, 생의 표정들전, 생의 하모니전 △ 2004년 바오로딸수도회 여주 사도의 모후 집 성당 십자가의 길14처ㆍ감실ㆍ성모상 제작 △ 2004년 바오로딸에서 묵상 그림집 「내가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유경촌 신부 묵상, 정미연 그림) 발간 △ 2008년 ite Missa Est('미사가 끝났다'는 뜻)전 △ 2009년 성바오로에서 「성모님 뜻에 나를 바치는 묵주의 구일기도」(신달자 시인 기도문 및 글, 정미연 그림) 발간과 함께 기도서에 수록된 그림 전시회

 

[평화신문, 2011년 1월 9일, 글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 그림 정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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