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103) 행렬 : 야곱의 장례행렬 보기 드문 장관 - 서울대교구 사제단이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성유축성미사에서 입당하기 위해 행렬하고 있다. 신년하례미사, 성유축성미사, 사제성화의 날 등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주교좌성당인 명동성당에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릴 때면 사제들은 성당 밖에서 입당을 위해 길게 줄을 선다. 사제단이 많이 모일 때에는 명동대성당을 반 바퀴나 돌 정도로 행렬이 길 때가 있다. 행렬(行列)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줄지어 감, 또는 그런 줄'이지만 교회에서는 '사제와 신자들이 열을 지어 행진하는 종교의식'이란 뜻이 있다. 따라서 행렬은 그리스도교 의식의 한 요소이기도 하고, 대중의 신심을 비공식적으로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톨릭이 국교인 나라들에서는 나라 수호성인 축일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수호성인 축일에는 성인상(像)을 모시고 거리를 행렬하는 축제를 벌이곤 한다. 이러한 대중 행렬은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의 종교로 공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했으며, 중요한 의미를 갖고 거행됐던 특별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전례에서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성지주일행렬과 성체행렬도 중요한 행렬에 속한다. 성경에 언급된 가장 두드러진 정기적 행렬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전례의 일부로 거행된 행렬이다. "영광스러우신 분의 초막, 하느님의 집까지 환호와 찬미 소리 드높이 축제의 무리와 함께 행진하던 일들을 되새기며 저의 영혼이 북받쳐 오릅니다"(시편 42,5). 성경에는 야곱의 장례행렬에 대한 기록도 있다. 야곱이 죽고 요셉은 파라오에게 가나안 땅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고, 이집트에서부터 가나안땅까지 야곱의 시신을 옮긴다. "이리하여 요셉은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러 올라갔다. 그와 함께 파라오의 모든 신하와 파라오 궁궐의 원로들과 이집트 땅의 모든 원로, 그리고 요셉의 온 집안과 그의 형제들과 아버지의 집안 사람들이 올라갔다. 그들의 아이들과 양 떼와 소 떼만 고센 지방에 남겨 두었다. 또 병거와 기병까지 요셉과 함께 올라가니, 그것은 굉장한 행렬이었다"(창세 50,7-9). 성경에도 굉장한 행렬이라고 기록돼 있듯이, 야곱의 장례행렬은 아마도 성경에 기록된 장례행렬 중 보기 드문 큰 규모였을 것이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예수님 뒤로 환호하는 군중들의 행렬이 등장한다(마태 21,1-11). 이 행렬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 악을 정복하고 환희로 가득 차 천국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행렬은 마치 승전한 장군이 그의 군대를 이끌고, 또는 포로들을 데리고 수도로 입성하는 로마 군대의 행렬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분께서는 늘 그리스도의 개선 행진에 우리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내가 우리를 통하여 곳곳에 퍼지게 하십니다"(2코린 2,14). 우리는 과연 누구와 함께 어디로 행렬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평화신문, 2011년 1월 3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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