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112) 날개 : 강함과 보호 … 도피와 안전 - 날개 달린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주는 '주님 탄생 예고'(프라 안젤리코 작, 1430년대) '사람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그래서 고대 예술품에서 날개 달린 인간과 동물 형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인간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을 이뤄준 라이트 형제는 수백 마리 새를 잡아다 놓고 그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라이트 형제는 새 모양을 본뜬 비행기를 만들었으며 마침내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꿈을 이룬다. 성경에서 날개는 주로 비유적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날개에 관한 실제 언급은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우선 창조 이야기에서 날아다니는 새가 언급된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큰 용들과 물에서 우글거리며 움직이는 온갖 생물들을 제 종류대로, 또 날아다니는 온갖 새들을 제 종류대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1). 그리고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도 "온갖 날짐승과 날개 달린 것들이"(창세 7,14)이 등장한다. 성경에서 날개는 강함과 보호의 상징이다. 특히 새끼를 날개로 업어 나르는 독수리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탈출 19,4). 자연에 대한 상세한 관찰을 통해 새들 날개가 갖는 특징을 성경에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날개 달린 새는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도피와 안전의 상징이다.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네가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그분의 진실은 큰 방패와 갑옷이라네"(시편 91,4).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할 때 날개를 언급하셨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마태 23,37). 이와 같이 하느님 날개는 보호와 구원, 사랑과 은혜 등의 이미지로 언급되고 있다. 날개는 영적이며 신비적이고 초월적인 것으로도 상징된다. 그래서 날개를 가진 존재는 영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분에게 내려왔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마태 3,16). 날개를 지닌 영적 존재에 대한 언급은 특별히 묵시문학에 많이 등장한다.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낮 쉬지 않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묵시 4,8). 이처럼 성경시대 사람들은 날개를 초자연적이고 신비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특히 빛나는 흰색 날개는 거룩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평화신문, 2011년 4월 1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