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함께 걷는다 : 탈출기 - 이방의 나그네가 되어 우리는 지금까지 창세기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이 이룬 선조의 역사가 어떠한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한 가문의 이야기가 한 백성의 이야기가 되어 펼쳐지는 탈출기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걷게 됩니다. 탈출기의 히브리어 첫 글자는 접속사 ‘웨’입니다. ‘그리고’를 뜻하는 이 단어로 창세기와 탈출기가 이어집니다. 이렇게 오경의 다섯 두루마리는 연속된 이야기로, 그 중심에 탈출기가 있습니다. 한 백성이라기보다 한 무리가 자유를 찾아 떼지어 한 나라에서 탈출합니다. 그들은 몰살당할 뻔한 도해渡海(갈대 바다를 건넘) 사건을 겪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광야를 지나 새로운 땅에 정착합니다. 그들은 살 만해지자 모일 때마다 자신들이 겪었던 그 ‘죽을 뻔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셨어, 모세 어르신의 믿음이 참 대단했지.’ 자기들의 힘이 아니라 초월자의 힘을 체험했던 그들은, 그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리하여 만날 때마다 하느님을 만났던 놀라운 체험을 이야기하며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갑니다(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청년들이 군대에 들어가 병영 체험을 함께 하며 전우애를 지닌 공동체를 형성하듯 같은 체험과 기억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 백성이라기보다 한 무리가 자유를 찾아 떼지어 한 나라에서 탈출합니다. 그들은 몰살당할 뻔한 도해渡海(갈대 바다를 건넘) 사건을 겪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광야를 지나 새로운 땅에 정착합니다. 그들은 살 만해지자 모일 때마다 자신들이 겪었던 그 ‘죽을 뻔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셨어, 모세 어르신의 믿음이 참 대단했지.’ 자기들의 힘이 아니라 초월자의 힘을 체험했던 그들은, 그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리하여 만날 때마다 하느님을 만났던 놀라운 체험을 이야기하며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갑니다(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청년들이 군대에 들어가 병영 체험을 함께 하며 전우애를 지닌 공동체를 형성하듯 같은 체험과 기억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퍼 올립니다. 이집트를 탈출하며 자신들을 쫓아온 파라오 병사들을 따돌린 놀라운 도해 체험(출애급 전승), 광야에서 떠돌다가 먹을 것이 궁해지자 때맞춰 내린 만나와 메추라기(광야 전승),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약속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하느님 앞에서 했던 맹세(시나이 전승). 이처럼 자유와 생명의 땅에 자신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한 사건은 하느님 백성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체험입니다. 즉 이스라엘이 하느님 백성이 되게 한 ‘뿌리 체험’(원체험, 바탕 체험)입니다. 그들은 이 체험을 중심으로 하느님과 함께 걷는 백성이 되고, 이스라엘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들은 이 체험을 계속 되뇌면서 세 가지 전승을 확대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과의 계약을 중심으로 한 시나이 전승이 확대되어 성막과 예배의 규정을 다루는 레위기와, 40년 동안 광야를 떠돈 이야기를 담은 민수기로 넓혀집니다. 그런 다음 묻습니다. ‘우리가 탈출했던 이집트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전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창세기의 선조사(12-50장)가 쓰이고, 이어서 인간과 세상의 창조 이야기를 담는 원역사(1-11장)가 쓰입니다. 이렇게 쓰인 창세기에 탈출기의 주제인 ‘출애급 전승, 광야 전승, 시나이 전승’이 덧붙여져 ‘오경’을 이룹니다. 한편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둔 모압 벌판에서, 그들의 긴 여정을 이끌던 모세가 죽음을 앞두고 유언을 남깁니다. 곧 하느님 백성이 되어 한 분이신 그분만을 섬기며 살아야 땅을 차지하고 보존할 수 있다고 당부하는 신명기가 덧붙여지면서 오경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탈출기는 오경의 중심이며 동시에 구약성경 전반에 걸친 하나의 원형이자 전형처럼 쓰입니다. 신약성경에서도 이 주제는 다시 언급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겪은 이집트의 노예 생활은 죄와 죽음에서 자신의 생명을 바쳐 인간을 해방시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이어집니다. 요한 복음에서는 이집트 탈출의 주제가 ‘생명의 물, 하늘의 빵(만나)’으로 연결되며,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어린양’과 결부됩니다. 바오로도 갈대 바다를 건너 구원되는 것은 ‘세례’이며, 만나와 바위의 물은 ‘성체성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성서와함께, 2009년 8월호, 배미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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