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함께 걷는다 : 탈출기 - 내가 주님임을 너희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는 자기 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당당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꼭 붙으리라 생각했던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문제를 잠시 착각한 실수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기에 다음 해에는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다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뜻밖에도 너무 많은 수험생들이 아들이 지원한 과에 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운이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삼 년째 애태우며 기도하던 그는 올해 아들의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녀님, 정말 ‘하느님’께서 합격시켜 주셨습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이루고 행하시는 분이 ‘주님’임을 알아 고백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4,4 그가 손을 내밀어 꼬리를 붙잡으니, 뱀이 그의 손에서 도로 지팡이가 되었다. 5 “이는 … 주님이 너에게 나타났다는 것을 그들이 믿게 하려는 것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을 믿지 않을 뿐더러 ‘하느님께서 나타나셨을 리 없다’고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백성은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분을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모세는 믿지 않는 그들을 어찌 해야 하는지 하느님께 묻습니다(4,1 참조). 하느님께서는 그런 모세에게 능력을 주십니다. 지팡이가 뱀으로 바뀌고, 품에 넣었던 손이 나병에 걸렸다가 다시 제 살로 돌아오는 이적(표징)을 행하십니다. 고대 다신론 문화권이나 이집트에서는 요술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신의 영역에 속한 힘을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던 것이죠. 예로부터 인간은 뱀과 나병과 피 등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금기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당신 손 안에 있으며, 당신만 믿으면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표징으로 보여 주십니다.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당신의 계획일지라도 우리가 믿고 따르면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4,10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12 “네가 말할 때 내가 너를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 13 그러나 모세는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주님께서 보내실 만한 이를 보내십시오.” 14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화를 내며 말씀하셨다. “레위인인 너의 형 아론이 있지 않느냐?” 15 “그는 너의 입이 되고, 너는 그의 하느님이 되어 줄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 앞에서 핑계를 대며 도망치려는 모세와 화를 내면서까지 그를 설득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론이 등장하여 우리를 당황하게 합니다. 이 부분의 아론은 성경의 편집 역사를 이해하며 바라볼 때, 유배 이후에 삽입된 것으로 봅니다.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선포하는 자(예언자)라면, 아론은 그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실행하는 사제를 대표합니다. 즉 이집트 탈출이라는 하느님의 구원 행위에 예언자와 사제가 함께 참여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아론이 등장함으로써 모세를 이집트의 이스라엘 백성과 연결하고, 나중에 시나이 계약을 통해 사제직의 원조가 될 바탕을 확보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도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4,15 참조)고 하십니다. 즉 예언자의 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하느님의 ‘함께 하심’입니다. 4,21 “그 모든 기적을 명심하여 파라오 앞에서 일으켜라. 그러나 나는 그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내 백성을 내보내지 않게 하겠다. 22 그러면 너는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고, 파라오에게 말하여라. ‘이스라엘은 나의 맏아들이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러 모세를 보내시면서 참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내 백성을 내보내지 않게 하겠다”(4,21). 이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느님이라 생각하는 고대인의 표현 방법입니다. 그분께서는 앞으로 진행될 모세의 사명, 곧 이집트 탈출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리라는 점을 예견하여 밝히십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많은 고통이 있은 뒤에 더디게 올 것이라고 알려 준 것입니다. 그리고 맏아들은 선택받은 자로서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나타냅니다. [성서와함께, 2009년 10월호, 배미향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