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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칠십인역 성경이란 무엇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3 조회수10,225 추천수3

[성경 속 궁금증] (4) 칠십인역(七十人譯) 성경이란 무엇인가


학자 72명이 그리스어로 번역

 

 

아시리아와 바빌론의 침공, 로마의 예루살렘 점령 등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고향 팔레스티나 지역을 떠나 여기저기 흩어져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르메니아와 이란 등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나중에는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로마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살고 있는 유다인을 가리켜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했는데, 이는 이산(離散)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파생한 말이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팔레스티나 지역을 떠나서도 그들의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원전 4세기 초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하자 근동에는 그리스문화가 널리 퍼지게 됐다. 교역과 상업이 급속하게 발달했고,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유다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매우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이집트 북부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100만 가량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디아스포라 유다인 2,3세들은 모국어였던 히브리어 대신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했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는 전통적 유다교 보존에 크나큰 위협이 됐다. 종교적 생존에 위기를 느낀 알렉산드리아 유다인들은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해 종교적 문화를 보존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바로 '칠십인역 성경'의 탄생이다.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3세기 중엽 알렉산드리아 왕궁 도서관장 네메트리우스가 프톨래매오 2세에게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왕은 이스라엘 각 지파에 그리스어에 능통한 학자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번역 작업을 위해 이스라엘 12지파는 각 6명씩 총 72명의 학자를 알렉산드리아에 보낸다.

 

이들은 72일 동안 독방에 갇힌 채 개별적으로 번역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번역작업을 마쳤을 때 신기하게도 모든 번역본 내용이 똑같았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어 번역 성경을 뜻하는 칠십인역(라틴어로는 70을 뜻하는 '셉투아진타-Septuaginta'라 하고, 약어로는 로마숫자 LXX로 표기한다)은 이 전설에서 생겨났음이 분명하다.

 

기원전 3세기 중엽 모세오경을 시작으로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기는 작업은 약 100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번역작업 중 히브리어 성경 원본에는 없는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등 7권의 책과 다니엘서 3장 일부분, 에스테르기 일부분을 성경에 포함시켰다. 가톨릭에서는 이 내용도 하느님 영감을 받아 쓰인 것으로 받아들여 제2경전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외경 경전성 논쟁의 원인이 됐다.

 

어쨌든 칠십인역은 히브리어를 몰랐던 대다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자리를 잡았고, 이들은 칠십인역을 그들의 일반적 성경으로 사용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기에도, 사도 시기에도, 그리고 사도 이후 시기에도 칠십인역은 헬레니즘 문화권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의 성경이었다. 칠십인역은 초창기 그리스도교 교리를 형성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평화신문, 2011년 9월 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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