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15)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 이번에 만날 작은 등장인물은 3,1-6의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다. 지난 호에서 읽은 ‘어떤 나병 환자의 치유’(1,40-45) 후에,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갈등(conflict)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생기는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 가치의 충돌로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는 등장인물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서 발전하고 해결되는 단계로 구성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줄거리에서 갈등의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 즉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갈등이 일어나고, 그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며, 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무엇이며, 그 변화는 각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찾아야 한다.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에서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은 이미 그분의 초기 활동 공간인 갈릴래아에서 시작된다. 2,1-3,6에서는 죄의 용서, 식탁 친교, 안식일 규정 등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3,1-6에서는 안식일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갈등의 요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은 등장인물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3,1-6 읽기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① 단락 나누기 3,1에는 새로운 공간적 배경인 회당이 언급된다. 장소의 변화는 새 단락의 시작을 가리키는 전형이다. 바로 앞 단락인 2,23-28은 안식일에 밀밭에서 예수님, 제자들, 바리사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한다. 그리고 3,7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가신다. 따라서 3,1-6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하는 문학적 단일성을 가진 한 단락이다. ② 본문 자세히 읽기 본문의 문학 양식은 치유 기적사화이다. 그리고 본문의 문학 구조는 (1) 상황 묘사: 1절, (2) 문제 발생: 2-4절, (3) 문제 해결: 5절, (4) 결과: 6절로 되어 있다. 1절은 상황 묘사의 전형이다. 새로운 장소와 등장인물이 소개된다.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에서 ‘다시(pavlin)’라는 부사는 1,21의 공간적 배경으로 소개되는 회당을 연상케 한다. 회당은 종교 장소로, 공적으로 드러난 장소이다. 작은 등장인물은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고 단순하게 소개된다. 이는 작은 등장인물에 대한 기본 패턴을 따른다. 그는 이름 없이 언급된다. 그의 신체 조건은 도움과 회복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는 다른 작은 등장인물과 달리 예수님을 만나는 데 어떤 주도권도 가지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오지도 않는다. 단순히 회당 안에 그가 ‘있다’(현존)고 언급될 뿐이다. 어쨌든 도움이 필요한 작은 등장인물이 소개되어, 독자는 예수님께서 그를 도와주시리라고 기대하게 된다. 동시에 그것은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2-4절은 문제 발생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에서, 독자는 본문의 시간적 배경이 안식일임을 알 수 있다. ‘안식일’(종교적 시간 배경)은 갈등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동사 ‘지켜보다’와 ‘고발하다’는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긴장을 잘 표현한다. 이러한 배경의 분위기에서 작은 등장인물은 자신에 대한 예수님과 반대자들의 서로 다른 태도가 드러나게 하고, 반대자들에게 예수님을 고발할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대자들은 안식일 규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예수님을 고발하려 한다. 예수님께서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고 말씀하신다. 하느님, 율법,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분리되어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그를 가운데로 초대하신다. 그리고 반대자들에게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고 질문하신다. 이 질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좋은 일을 하는 것(ajgaqo;n poih'sai)”과 “목숨을 구하는 것(yuch;n sw'sai)”으로 표현하신다. 예수님의 일과 대조되는 반대자들의 일은 “남을 해치는 것(kakopoih'sai)”과 “죽이는 것(ajpoktei'nai)”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한다. 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까? 그 해답은 5절에서 제시된다. 반대자들의 적대적 침묵으로 말미암아 예수님께서 노기를 띠신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보신다. ‘둘러보다’라는 예수님의 동작은 여러 곳에서 언급된다(3,34; 5,32; 10,23; 11,11 참조). 이 행동으로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안식일 규정 뒤에 숨어 침묵하는 반대자들의 익명성과 폭력성을 폭로하신다. 반대자들의 부정적 모습은 그들 마음의 완고함으로도 표현된다. 예수님께서는 반대자들의 모습에 슬퍼하시며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Ekteinon th;n cei'ra)”고 명령하신다. 그가 손을 뻗자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여기서 문제가 해결된다. 치유는 예수님의 권위 있는 말씀으로 이루어졌다. 그분은 치유의 능력과 권위를 가진 분이시다. 예수님의 이러한 명령에 작은 등장인물은 순종한다. 반대자들에게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예수님을 고발하기 위한 구실이었지만, 예수님에게는 ‘함께 아파하기’와 ‘돌봄’의 대상이었다. 예수님의 안식일 치유는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신명 5,12-15에 따르면, 안식일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고 구원된 것을 기억하는 날이다. 예수님의 안식일 치유는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2,28)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의 결과는 6절에 해당한다. 앞에서(1,27.45; 2,12) 예수님의 치유와 구마 기적을 본 사람들은 놀라면서 그분을 찬양한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반대자들인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이 예수님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2절에서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지켜보던 반대자들은 안식일의 치유를 구실로 삼아 마침내 그분을 없애려 한다. 이처럼 안식일 치유는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성서와함께, 2011년 9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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