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19) 예수님은 왜 바리사이파를 비난했을까
율법에 갇혀 주님 뜻 저버린 위선자
성경에서 바리사이파는 예수님과 격렬히 대적하는 자로 등장한다.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선포하셨던 예수님도 유독 바리사이들에 대해서는 강한 비난과 독설을 서슴지 않으셨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마태 23,27).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기에 그러셨을까.
바리사이는 ‘분리된 사람’이란 뜻이다. 바리사이파는 기원전 2세기 중엽부터 율법에 대해 보다 엄격한 해석과 실천을 내세우던 학파에 속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다수인 유다인들과 소수인 자신들을 구별해 율법을 엄수하지 못하는 자들을 멸시하고 적대시했다. 그들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불경건한 것으로부터 철저하게 구별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스스로의 공적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율법주의에는 교만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율법을 지키기만 하면 의롭게 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하느님을, 율법을 충실히 지키면 복을 내리고 아니면 벌을 주는 분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율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었다. 율법은 어떻게 보면 유다사회 기득권층 권리와 자리를 보장해주는 역할도 했다.
바리사이들은 당시 백성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정신적 지도자였다. 예수님도 율법을 지키려는 바리사이들의 성실함에 대해 비난하신 적은 없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이처럼 예수님은 율법을 폐지하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 오셨음을 분명히 밝히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예수님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행동은 본받되 마음은 본받지 말라고 하시며 그들의 위선을 질책하셨던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 나라의 문을 잠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게 놓아두지 않는다(마태 23,13).
단순히 행동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종교적 행위만을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왜곡된 신앙에서 비롯되는 종교적 행위를 언급한 것이었다. 바리사이들의 위선과 잘못된 가르침은 율법의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율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저버리는 데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자선, 기도, 단식 등과 같은 종교적 행위도 자기를 드러내려 하기에 비뚤어진 행위가 되기 쉽다. 그래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하셨던 것이다. 복음서에 기록돼 있는 예수님과 바리사이파의 숱한 논쟁은 놀랄 일이 아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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