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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다인들은 왜 부정한 음식은 먹지 않았을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9 조회수4,556 추천수1
[성경 속 궁금증] (44) 유다인들은 왜 부정한 음식은 먹지 않았을까?

거룩한 하느님 거룩한 백성 되고자 부정한 것들 피해 민족 정결 보존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 참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음식에 대한 율법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음식은 먹을 수 있도록 정해진 음식과 먹지 못하는 부정한 음식으로 분명하게 구분돼 있었다. 우리 문화의 시선에서 보면 이렇게 음식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의아하고 낯선 광경이다. 그런데 현대를 살고 있는 열심한 유다인들은 여전히 이 규정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성경에서는 이미 노아시대부터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동물에 대한 언급이 있다(창세 7장 참조). 이것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 받은 정결과 부정에 관한 가르침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레위 11장 참조). 이에 따르면 유다인들은 정결한 동물로 구분된 짐승과 물고기, 새 종류만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먹지 못하도록 구분된 부정한 것들은 무슨 이유로 먹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선 깨끗함과 더러움은 사물에 붙어있다는 유다인들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음식도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가려놓았고, 부정한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먹는 사람까지 더러워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서 음식에 관한 율법은 하느님 거룩하심의 관점, 즉 종교적 의미에서 이해돼야 하겠다. 정결과 부정의 문제는 중대한 신학적 관심사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특성과 성격을 그들의 공동체 생활에 반영해야 했다. 여기에는 깊은 영적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친교를 나누려면 식사를 같이 하게 되는데, 식사를 하는 동안 친교를 나누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유다인들은 그들의 종교적 정통성을 이어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그분이 거룩하시니 이스라엘도 거룩한 백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스라엘 민족 정결법의 골자다. 이들에게 정결은 삶과 죽음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부정은 바로 하느님으로 하여금 그들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며,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유배와 파멸의 운명에 직면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의 부정과 그들의 죄악에 따라 그들을 다루고, 그들에게서 내 얼굴을 감추어 버린 것이다"(에제 39,24).
 
또 이스라엘 민족은 삶의 여러 부분에서 부정을 피해 민족의 정결을 보존하고자 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그들의 부정을 경고하여서, 그들 가운데에 있는 나의 성막을 부정하게 하여 그들이 부정 속에 죽는 일이 없게 하여라"(레위 15,31).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 이러한 음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방인들과 어울리며 우상숭배에 빠질 것을 염려해 율법으로 음식에 대한 구분을 정한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구별함으로써 하느님이 거룩한 분이시고, 이스라엘 사람들도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구별돼 거룩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사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2년 8월 1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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