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노아
노아는 창세기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아담의 9대손으로 셈과 함과 야펫을 낳았다. 따라서 노아는 셈족(sem族)과 함족(ham族)의 조상이 된다.(창세 5,29) 셈족은 오늘날 중동지역에 사는 부족들이다. 아랍인과 유다인 모두 여기에 속한다. 머리털과 눈동자가 검은색이다. 함족은 아프리카 동부와 북부에 거주하는 이집트인과 에티오피아인들을 주로 지칭한다.
노아 시대의 인류는 지나친 타락에 젖어있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정화를 위해 대홍수를 계획하시고 노아에게 알린다. 그리하여 먼저 커다란 배(方舟)를 만들라고 명하신다. 노아는 즉시 따랐다. 그리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땅의 모든 생물이 다시 번성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암수 1쌍씩을 방주에 실었다.
‘대홍수 이야기’는 구약성경 이전의 문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길마메쉬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홍수 이야기다. 길가메쉬는 기원전 2750년경 수메르(Summer)의 우루크(Uruk)란 도시를 지배하던 왕이었다. 수메르는 오늘날 이라크에 속하는 ‘메소포타미아’의 남쪽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우루크(우르)는 훗날 아브라함의 고향이기도 하다.
길가메쉬는 삼분의 이는 신(神)이고 삼분의 일은 사람인 존재로 폭군이었다. 백성들의 원망이 심해지자 ‘하늘의 신들’은 그를 대적할 상대를 내려 보낸다. 두 슈퍼맨은 투쟁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서사시의 내용이다. 홍수 이야기는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다 기원전 600년경 설형문자(쐐기문자)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홍수 사건’은 중동지역에 이미 있었던 사실이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홍수였을 것이다. 산과 도시가 물에 잠기는 대참변이었기에 고대인들은 당연히 신들의 개입으로 여겼다. 하지만 유다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야훼 하느님께서 하신 일로 받아들였고 ‘노아의 출현’은 이러한 믿음에 대한 그들의 확신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홍수가 끝나자 노아는 하느님께 번제를 드릴 제단을 쌓는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다시는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약속의 징표’로 하늘에 무지개를 두신다. 이후 살아남은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인류역사를 새롭게 이어가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창세기에 의하면 방주는 아라랏 산에 안착되었다.(창세 8,5) 오늘날 터키의 동부 ‘아르메니아지역’에 있는 해발 5156m의 거대한 산이다. 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 있으며 꼭대기는 만년설로 덮여 있다고 한다. 중세 이후 이 산에는 수많은 탐험가들이 다녀갔다. 노아의 방주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대의 배가 썩지 않고 수천 년 이상 보존될 수 있을까? 어떻든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도 ‘방주’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로 인정되어 있다. 비단길(실크로드)을 따라 중국에 들어갔던 ‘마르코 폴로’도 아라랏산을 지나면서 ‘노아의 방주’가 그곳에 있다는 기록을 그의 ‘동방견문록’에 남겼다.
[2008년 7월 20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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