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에프라임과 므나쎄
요셉은 이집트에서 재상(宰相)을 지냈다. 오늘날의 국무총리를 지낸 것이다. 임금(파라오)은 그에게 대사제 ‘포티 페라’의 딸 ‘아스낫’과의 혼인을 주선했다.(창세 41,45) 이렇게 해서 요셉은 이집트의 귀한 가문이 되었다.
요셉과 아스낫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들이 므나쎄이며 에프라임은 두 번째 아들이다. 창세기 48장에는 야곱이 에프라임과 므나쎄를 자신의 아들로 선언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너의 두 아들을 내 아들로 삼아야겠다. 에프라임과 므나쎄는 르우벤과 시메온처럼 내 아들이 되는 것이다.’(창세 48,5)
야곱은 왜 그렇게 했을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요셉에 대한 배려였다. 이집트로 건너와서 평화스런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요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는 형제들이 장사꾼에게 팔아버렸던 동생이 아니던가. 아무튼 야곱은 손자였던 요셉의 두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선언하고 12지파의 시조가 되게 한다. 그런데 야곱은 동생 에프라임을 형 므나쎄보다 먼저 축복하였다. 에프라임 지파의 서열이 므나쎄 지파보다 앞서게 되는 이유다.
‘에프라임’은 ‘풍성하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 지파 출신의 유명인사는 여호수아와 드보라, 판관 압돈과 예언자 사무엘이 있다. 특히 사무엘은 이스라엘 왕정의 기초를 놓은 사람이다. 북이스라엘 초대 임금 예로보암 1세도 에프라임 지파 출신이다.
모세가 죽은 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12지파에게 땅을 나누어준다. 에프라임 지파는 비옥하고 초지(草地)가 많은 팔레스티나 중부 지역을 할당 받았다. 당연히 이들은 커다란 세력을 형성했고 솔로몬이 죽자 남쪽의 유다 지파와 결별하며 새로운 왕국을 세웠다. ‘북이스라엘’이다.
므나쎄는 요셉의 맏아들이었지만 계승권을 동생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야곱이 형 에사우의 장자권을 뺏은 것을 연상케 한다. 판관 기드온과 입타가 므나쎄 지파 출신이다. 가나안 정복 이후 그들 역시 팔레스티나 중앙에 정착했지만 요르단 강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져야 했다. 세월이 흐르자 교류가 뜸해져 세력이 약화되었다.
기원전 931년 팔레스티나 중앙을 지배하던 에프라임 지파는 주변 지파와 연합하여 ‘북 이스라엘’ 왕국을 세웠다. 가장 든든한 협조자는 므나쎄 지파였다. 하지만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정복되고 만다. 정복자들은 지도자들을 노예로 끌고 갔고 에프라임 지파가 살던 지역엔 이민족(異民族)을 강제 입주시켰다. 남아있던 백성들은 그들과 어울려 살아야했다. 이들이 훗날의 사마리아인들이다. 예수님시대까지 예루살렘 중심의 유다인들은 이런 이유로 사마리아 사람들을 꺼려했다.
[2008년 8월 3일 연중 제1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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