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아론과 미르암
아론은 모세의 친형이며 미르암의 오빠다. 아버지는 ‘아므람’이며 어머니는 ‘요케벳’으로 모두 레위지파 출신이다.(탈출 6,20) 훗날 아론은 이스라엘에선 처음으로 ‘대 제사장’이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은 대 제사장 직분을 이어받는다.(탈출 28장) 아론은 모세보다 3살 위였지만 철저하게 동생을 보좌했다. 모세와 함께 이집트 탈출의 일등공신이었고 온갖 고생을 겪으며 이스라엘을 이끈 지도자였다.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 생활을 하면서 국가로서의 체제를 갖추어간다. 최고 통치자는 당연히 하느님이셨다. 그렇게 하기로 주님과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신정국가(神政國家)의 출현이다. 따라서 종교행위는 대단히 중요했다. 결정권자인 하느님과 접촉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그러한 종교 직분을 레위지파에 일임했다. 모세와 아론이 레위지파였기에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아론의 가문을 선택하여 종교직의 핵심인 제사장직을 수행토록 임명하였다. 모두가 하느님의 선택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랫동안 살아왔던 이집트의 ‘태양신 숭배 사상’을 버리지 못했고 자연을 숭배하는 다신론 사상도 팽배해 있었다. 아론은 이러한 백성들을 교육시키고 야훼만을 섬기도록 이끌어야 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하지만 모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하는 민중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아론은 모세의 대변자로 성경 무대에 처음 등장한다. 말을 잘 했던 모양이다. 모세를 도우며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지만 한 때 큰 실수를 저지른다. 모세가 에티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비난했던 것이다.(민수 12장) 그것은 모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넘어 하느님에 대한 불경이었다. 그는 즉시 문둥병에 걸려 온 몸이 하얗게 된다. 그러자 즉시 회개했고 모세의 기도를 통해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미르암은 모세의 누나다. 당시 이스라엘은 족장 중심 체제였다. 남자의 권위가 절대적이었고 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미르암은 최초의 여예언자로 선택되고 아론과 함께 2인자의 위치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총명하고 확실한 지도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큰 실수를 저지른다. 아론과 함께 모세를 비난하다 문둥병에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회개한 뒤에는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았고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된다.
미르암은 이스라엘이 홍해 바다를 건넜을 때 여자들을 모아 손북을 치며 춤추고 노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성경에 남겨진 ‘미르암의 노래’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지없이 놓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성 토요일 전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성경구절이다. 미르암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고 이스라엘이 카데스의 광야에 머물 때 선종하였다.
[2008년 8월 24일 연중 제2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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