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금송아지 사건
서양 문화사의 두 산맥은 헤브라이즘(유대사상)과 헬레니즘(희랍사상)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스라엘의 원주민인 히브리족에서 헤브라이즘이란 용어가 나왔고 희랍이 옛 이름인 헬라에서 헬레니즘이 나왔다. 전자는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고 후자는 육체적인 면을 내세운 사상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영혼과 육체를 지닌 이중적 존재이기에 두 사상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는 희랍 사상이 득세하여 인간 육체를 찬양하며, 인간의 힘을 신격화 한 적이 있었다. 헬레니즘이 득세하던 시기다. 주인공은 ‘알렉산더 대왕’이었고 그는 자신이 정복한 지역에 이 사상을 심었다. 뒤를 이은 로마문화도 근원을 따진다면 헬레니즘이 모체라고 할 수 있다.
4세기를 넘어서면서 유럽 문화를 통합한 것은 그리스도교다. 그리하여 천년 이상 지배하는 정신문화를 만들어냈다. 중세문화다. 진리의 기준을 신(神)의 뜻으로 보는 헤브라이즘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15세 중엽부터는 옛날의 헬레니즘으로 되돌아가자는 복고주의(復古主義)가 등장하게 된다. 이 운동을 프랑스어로 ‘르네상스’라 했고 16세기 이후 유럽의 모든 체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두 사상은 끊임없이 대립하며 공존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 자체가 하느님을 찾는 ‘영적인 면’과 물질을 추구하는 ‘육적인 면’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중성(二重性)으로 인해 두 사상의 대립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탈출기 32장에는 가장 신적(神的)인 백성 이스라엘이 스스로 이중적 모순에 빠지는 사건을 보여준다. 그들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분께서 죽음의 바다인 홍해를 건너게 하셨고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생계를 이어가게 하셨다. 매일 매일 눈에 보이는 기적을 통해 그들을 살리셨던 것이다.
그런데 모세가 자리를 비운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고 우상숭배에 빠진다. 모세의 형 아론을 설득하여 ‘금송아지’를 만들고 숭배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쇠붙이에 자신들의 미래와 운명을 맡긴 것이다.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을 철저하게 어긴 것이 되었다.
금송아지는 이집트의 ‘아피스 신’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몸이 검고 이마에 흰 삼각형 문양이 있는 소’를 선택하여 제사를 지냈다. 성우(聖牛) 아피스(Apis)다. 이들은 아피스가 풍요를 가져온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죽으면 태양신에게로 안내한다고 여겨 신성시 했던 것이다.
탈출기의 이스라엘인들은 이집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이집트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확인하고픈 심정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리고 신앙생활에는 유혹이 될 수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금송아지 사건’을 만나게 된다.
[2008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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