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판관
판관(判官)이란 ‘판단하는 관리’란 의미다. 이전에는 사사(士師)라 했는데 1977년 발간된 ‘공동번역 성경’에서 ‘판관’으로 고쳐 불렀다. 이 직분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모세 때부터였다. 그러다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판관들의 전성기가 자연스레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왕정(王政)이 세워지기까지 대략 220년 동안 이들의 통치가 유다인들을 움직인것으로 보고 있다.
판관들은 두 부류였다. 이웃민족의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구하는 군사 지도자나 영웅들이 정식 판관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각 지파에는 분쟁을 해결하고 중재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도 ‘작은 판관’이라 했다. 구약성경 7번째 책인 ‘판관기’는 ‘정식 판관’ 12명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첫 판관 ‘오트니엘’은 칼렙의 조카로 유다 지파였다. 8년간 이스라엘을 억압하던 메소포타미아를 꺾고 40년간 평화를 누리게 했다. 두 번째는 ‘에훗’ 판관이다. 그는 18년 동안 유다인들을 괴롭히던 모압 왕 에글론을 암살하고 80년간 다스렸다. 세 번째 ‘삼가르’ 판관은 소몰이 막대기로 필리스티아인 600명을 무찌른 영웅이었다.
네 번째 판관 ‘드보라’는 에프라임 지파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20년간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가나안 임금 ‘야빈’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아 주었다. 다섯 번째 판관 ‘기드온’은 미디안의 가혹한 통치를 7년 만에 끊고 40년간 다스렸다. 여섯 번째 ‘톨라’는 이싸카르 지파 출신으로 23년 동안 판관으로 있었다.
일곱 번째 판관 ‘야이르’는 22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여덟 번째 ‘입타’는 18년 동안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암몬을 몰아내고 6년간 판관으로 지냈다. ‘입찬’은 7년간 판관으로 있었고 ‘엘론’은 열 번째 판관으로 10년간 다스렸다. ‘압돈’은 8년간 판관으로 있었고 열두 번째 판관은 단 지파 출신의 ‘삼손’이었다. 그는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착취하던 필리스티아인들을 견제하며 20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판관의 출현에는 일정한 도식(순서)이 있었다. 먼저 이스라엘은 우상숭배에 빠지는 죄악을 저지른다. 세월이 흘러도 회개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이웃 민족이 침입하여 식민지로 만든다. 고통이 가중되면 그제야 지도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본다.
하느님의 보속과 징계가 내린 것을 깨닫게 된다. 백성들은 회개와 뉘우침을 통해 도우심을 애원한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새로운 지도자를 보내주셨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원수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통치자로 자리 잡는다. 판관기의 저자는 열두 지파에 맞추어 판관 12명을 등장시킨 것이다.
판관들의 영웅담은 구전을 통해 전해졌기에 과장된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한결같다. 하느님을 외면하고 우상을 따라가면 ‘이스라엘은 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교훈의 역사를 판관기는 보여주려 했다. 그러므로 판관들은 괴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을 받은 믿음의 사람들이었다.
[2008년 10월 5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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