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이제벨
이제벨은 이스라엘 7번째 왕이었던 아합의 정실이다. 그녀는 정통 신앙을 가로막고 우상숭배를 퍼뜨린 사악한 여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합의 아버지 ‘오므리’는 외부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제벨을 며느리로 맞이했다. 그녀의 아버지 ‘엣바알’은 페니키아의 항구도시 ‘시돈’의 제사장 겸 군주였다.
이스라엘 왕궁으로 시집온 이제벨은 바알신상을 세우고 섬겼다. 이를 알게 된 예언자들이 강력 항의하자 그들을 핍박하고 죽였다. 마침내 예언자 엘리야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 오랫동안 이스라엘 땅에는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으리라’ 예언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3년 6개월 동안 지독한 가뭄이 들었다. 예언자를 죽이고 우상숭배에 빠진 보속이었다.
이후 엘리야는 바알 예언자들과 대결한다. 황소를 잡아 제단에 올려놓은 뒤 바알신이 불을 붙여주는지 보자는 것이었다. 바알 예언자들은 한낮동안 기도하며 바알을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엘리야의 차례가 되었다. 그가 주님께 기도하며 청을 드리자 주님의 불길이 내려와 번제물과 장작과 돌과 먼지를 삼켜 버렸다(1열왕 18,38).
엘리야는 백성들을 충동해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두 죽이고 사라졌다. 소식을 들은 이제벨은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바알에게 맹세한다. 이렇게 해서 예언자는 호렙산으로 잠적했고 뒤를 이어 예언자 ‘엘리사’가 등장했다.
이제벨의 악행은 ‘나봇’의 포도밭을 빼앗은 일에서 잘 드러난다(1열왕 21,1-16). 아합은 자신의 왕궁 곁에 있는 포도밭을 갖고 싶었지만 땅주인 ‘나봇’은 팔지 않았다. 조상이 남긴 유산이라며 거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벨은 강제로 포도밭을 빼앗는다. 지방 유지와 불량배를 동원해 ‘하느님과 임금을 저주했다’는 거짓 죄를 씌워 나봇을 죽인 것이다. 당시 이제벨의 권한이 얼마만큼 막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아합은 ‘아람족’과의 전쟁에서 화살에 맞아 죽고 그의 아들 ‘아하즈야’와 ‘요람’이 8번째 9번째 왕이 된다. 이제벨은 임금의 어머니였기에 더욱 막강해진 권한으로 이스라엘을 10년간 휘저었다. 마침내 예언자 엘리사는 ‘예후’ 장군에게 기름을 붓고 그를 10번째 왕으로 선언했다. 이제벨의 세력이 볼 때는 모반이었다. 예후는 나봇의 포도밭에서 요람을 죽이고 이제벨마저 살해한다. 이로서 ‘지므리’ 왕조는 끝나고 예후 왕조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벨은 시집올 때 바알신상과 아세라 목상을 가지고 왔다. 바알은 가나안과 시리아의 토속신(土俗神)이었다. 바알신은 아내가 아세라(Asherah)였고 아스다롯(Ashtoreth) 혹은 바알라트(Baalat)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었다.
[2009년 6월 21일 연중 제12주일(민족들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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