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네부카드네자르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어로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의미다. 두 강은 중동의 ‘이라크’를 관통하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다. 이 지역에는 일찍부터 고대문명이 싹텄으며,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아시리아’는 메소포타미아 북쪽에서 번성했다. 당연히 수도 ‘니네베’는 북쪽 지역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한편 메소포타미아 남쪽에는 ‘바빌로니아’가 있었고 수도 ‘바빌론’은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기원전 612년 바빌로니아는 인근 부족과 연합하여 북쪽 도시 니네베를 함락시킨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아시리아를 멸망시켜버린다. 전투의 중심인물이 ‘네부카드네자르’였다. 그는 신(新)바빌로니아의 두 번째 황제가 된다.
이 무렵 유다에서는 예언자 ‘예레미야’가 활약하고 있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외치며 백성들의 회개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임금은 예언자를 무시했고 제거하려 했다. 당시 유다는 이집트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임금 ‘느코’(Neco)는 유다를 침공해 강제로 왕을 교체한 뒤 조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2열왕 23,34).
기원전 605년 유프라테스 강변에서는 네부카드네자르와 아시리아 저항군의 마지막 전투가 있었다. 이집트는 군대를 파견해 아시리아를 지원했다. 전투는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의 싸움으로 바뀌었고 네부카드네자르가 승리했다. 그는 내친김에 이집트 본토까지 진격했고 이집트는 즉시 휴전을 제시했다. 이 틈새에 바빌로니아는 예루살렘을 점령했고 유다 임금 ‘여호야킴’은 항복하며 신하가 될 것을 맹세한다. 이것이 바빌로니아의 첫 번째 침략이었다(2열왕 24,1). 하지만 3년 뒤 여호야킴은 네부카드네자르에게 반기를 들다 살해되고 만다.
여호야킴의 아들 ‘여호야킨’이 왕위를 물려받지만 네부카드네자르는 그를 사로잡아 바빌론으로 데려갔다. 두 번째 침략이었다. 군인들은 성전과 왕궁의 보물들을 약탈했고 성전 벽에 부착된 금붙이도 모두 떼어내어 챙겼다. 대신들과 장인들은 포로가 되었고 전투할 수 있는 건장한 남자들은 모두 바빌론으로 끌려갔다. 그런 다음 여호야킨의 삼촌을 왕으로 임명했다. 그가 유다의 마지막 임금 ‘치드키야’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이집트보다 더 많은 조공과 세금을 요구한 뒤 물러갔다. 유다는 일어설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도 치드키야는 11년을 버티었다. 시련 속에서 백성들이 뭉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개하며 역경을 견디어냈다. 하지만 희망의 예언은 없었다. 바빌론의 포로생활이 ‘주님의 뜻’이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체험한 뒤 하느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것이 그분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2009년 8월 9일 연중 제19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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