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속죄의 날
구약성경 탈출기 32장은 ‘금송아지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어느 날 모세는 ‘십계명’을 받으러 ‘시나이 산’에 들어간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백성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집트를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민족의 결정권은 모세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금붙이로 ‘송아지’를 만들어 예배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없애달라고 청한 것이다. 명백한 우상숭배였다. 산에서 내려온 모세는 노발대발하며 금송아지를 바수었다. 그리고는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삼천 명’이나 죽이며 기강을 바로 잡았다(탈출 32,28). 이후 이 사건을 기억하며 매년 근신하는 날을 만들었다. ‘속죄의 날’의 기원이다. 그들은 ‘욤 키푸르’(Yom Kippur)라 부른다. 키푸르는 속죄를 뜻하는 히브리말 키푸림(Kippurim)에서 왔다.
속죄의 날은 히브리 달력으로 ‘일곱째 달’ 10일에 지냈다(레위 23,26). 오늘날의 9월이나 10월에 해당된다. 지금도 이날이 되면 이스라엘에서는 대중교통이 움직이지 않는다. 방송도 쉬고 관공소도 문을 닫는다. 낮 동안은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한 ‘단식’을 지킨다. 대부분의 유다인들은 긴 흰옷을 입고 하루 종일 기도와 명상으로 지낸다.
군대도 속죄의 날을 지켰다. 실제로 1973년 10월 ‘욤 키푸르’에 이집트와 시리이가 연합하여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하루는 엄청 당했다. 하지만 이튿날 반격에 나섰고 결국은 승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는 ‘지성소’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대사제’만 일 년에 한번 들어갈 수 있었다. 속죄의 날이다. 그날이 되면 그는 두 마리의 염소를 준비한다. 한 마리는 주님께 바칠 제물이고 다른 한 마리는 광야로 보낼 것이다. 이른바 ‘아자젤 염소’다(레위 16,10). 그는 지성소 안에서 사제와 백성들을 위해 특별제사를 드렸다. 그런 뒤에는 ‘아자젤 염소’에게 죄를 전가하는 예절을 거행했다.
대사제는 염소 위에 손을 얹고 사람들의 잘못을 고백한다. 그러면 모든 죄가 염소에게 옮겨간다고 믿었다. 모든 허물을 염소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이후 염소는 ‘속죄양’의 표지를 달고 광야로 쫓겨났다. 사람들은 돌을 던져 가까이 못 오게 했다. 속죄의 날(욤 키푸르)은 회교도들의 ‘라마단’과 흡사하다. 라마단은 ‘30일간’ 낮 동안에는 음식과 음료를 취하지 않는 ‘단식기간’을 말한다.
[2010년 2월 21일 사순 제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