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잠언
잠언은 구약의 지혜서에 속하는 책이다. 유다인들은 잠언의 첫 구절인 1장 1절 ‘미쉘레 쉐로모’를 책 이름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직역하면 ‘솔로몬의 속담’이다. 희랍어 성경인 ‘칠십인 역’에서도 ‘파로미아이 살로몬토스’라 했다. ‘솔로몬의 비유’란 뜻이다. 라틴어 성경 ‘불가타’에서는 ‘리베르 프로베르비오룸’(Liber Proverbiorum)이라 했다. ‘격언의 책’이란 의미다.
우리말 잠언은 중국어 성경 이름 잠언(箴言)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잠(箴)은 ‘바늘 잠’도 되고 ‘경계할 잠’도 된다. 바늘은 한방에서 사용하는 ‘침’(鍼)을 가리킨다. 그렇게 보면 잠언은 침을 놓듯이 ‘콕 찌르는’ 짧은 가르침이란 뜻이다. ‘경계할 잠’을 대입하면 옳고 그름을 일깨우는 교훈의 말씀이란 의미가 되겠다.
이스라엘 전승에 의하면 잠언은 솔로몬이 기록을 시작했고 히즈키야 임금 때 완료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대인들 사이에 전해오던 속담, 격언, 비유를 ‘누군가’ 계속 편집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그들은 ‘율법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잠언을 솔로몬의 권위 아래 둠으로써 책의 가치는 높이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잠언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반적 견해는 12지파에서 생겨난 ‘삶의 지혜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 남북조 시대에 편집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방인과의 왕래가 빈번해지고 그들의 지혜문학이 활개 친 솔로몬 시대에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모아진 잠언의 내용들은 기원전 5세기부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책의 표제가 붙어 완성된 것은 기원전 3세기경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근동 국가에서는 지혜롭게 살기 위한 수많은 격언들을 만들어냈고 그런 가르침을 모아놓은 책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스라엘도 주변 민족의 영향으로 나름대로의 지혜문학을 발전시켰고 대표적 작품이 잠언인 셈이다.
잠언의 큰 특징은 ‘삶의 지혜’를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받아들인 데 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먼저’ 지혜를 주신다고 가르쳤다. 그러기에 그들은 주님을 경외하는 것을 지혜의 근본으로 생각했다(잠언 1,7). 묘하게도 잠언은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1장씩 읽으면 한 달 동안 늘 새로운 가르침을 만나게 된다. 주위에는 정보와 지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삶의 활력을 빼앗는 내용들도 허다하다. 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잠언을 읽는 것은 은혜로운 일이다.
[2010년 5월 16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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