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코헬렛
코헬렛은 지혜서에 속하는 책으로 잠언 다음에 등장한다. 코헬렛의 어원은 카알(모우다)이란 동사다. 그리고 ‘카알’의 분사 형태가 ‘코헬렛’이다. 직역하면 ‘모으는, 소집하는’ 그런 의미가 되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모으고 소집하는 것일까? 문맥으로 보아 코헬렛의 목적이 되는 것은 ‘격언’이거나 지혜를 구하는 ‘청중’이다.
이렇게 되자 코헬렛은 차츰 ‘모으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모임에서 말하는 자’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히브리어 성경 이름이 ‘코헬렛’으로 정착된 것도 그런 이유다. 성경의 내용을 ‘코헬렛의 설교’로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어 성경 이름은 전도서(傳道書)인데 이는 코헬렛을 ‘전도자’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예전의 우리말 이름도 ‘전도서’였다. 중국어 성경이름을 그대로 번역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교회의 판’ 성경은 히브리어 성경을 따라 ‘코헬렛’으로 바꿨다. 아무튼 오랫동안 코헬렛은 ‘전도자’로 해석되었고 책 이름 역시 전도서였다. 하지만 내용은 전도에 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전도서라는 제목은 오해의 여지가 있기에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
희랍어 성경인 ‘70인 역’에서는 ‘에끌레시아스테스’(ecclesiastes)라 했다. 직역하면 ‘불러 모우는’이란 형용사다. 원형은 에끌레시아(ecclesia)로 ‘소집된 모임’이란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는 민중들의 모임인 ‘민회’를 ‘엑끌레시아’라 했고 민회가 열린 장소를 ‘아고라’(agora)로 불렀다. 후대에는 장소뿐 아니라 모임 자체도 그렇게 불렀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회’라는 말 역시 엑끌레시아의 번역이다. ‘부름 받고 나온 이들의 모임’이란 의미다.
코헬렛은 1장 1절부터 ‘다윗의 아들이며 예루살렘의 임금인 코헬렛의 말’임을 강조하고 있다. 솔로몬의 창작임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솔로몬 시대의 작품이 아니라 포로시대 이후의 저작임이 드러났다. 작가는 솔로몬의 이름을 표방해 작품의 권위를 높이려 했던 것이다.
1947년 사해 인근에서 구약의 수많은 필사본들이 발견되었다. ‘사해 두루마리’ 곧 ‘쿰란 문서’다. 그 속에는 코헬렛도 있었다. 기원전 2세기 중엽에 ‘베껴 쓴’ 필사본 단편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실로 미루어 코헬렛은 기원전 250년 전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헬렛은 밀려오는 외래사조 앞에서 정통 신앙을 고수하려 했던 작품이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기본취지를 밝히고 있다. 세상만사 헛되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새로운 것은 없고 자연은 끝없이 되풀이 된다고 외친다. 하지만 허무의 선언만은 아니다. 그러한 외침을 통해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의미와 답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절대가치이신 주님께 시선을 돌리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2010년 5월 23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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