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레베카
아브라함은 나이가 많아지자 자신의 모든 소유를 이사악에게 넘기며 짝을 맺어 주리라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하란’에 살고 있는 동생 ‘나호르’를 떠올린다. 열두 명의 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창세 22,20-24). 그들의 딸 가운데서 며느리를 맞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브라함은 살림을 전담하는 집사를 불러 이사악의 아내를 찾게 했다. 조건은 단순했다. 히브리인의 딸이어야 하고 본인 스스로 가나안으로 와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만난 여인이 레베카였다.
아브라함의 집사는 필요한 물건과 선물을 열 마리의 낙타에 싣고 나호르가 사는 ‘아람 나하라임’으로 떠났다(창세 24,10). 고대 히브리인들은 메소포타미아 북부지방을 아람 나하라임이라 불렀는데 특별히 아람 부족이 살던 ‘시리아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레베카의 가족들은 유프라테스 강 상류의 ‘하란’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브라함 역시 그곳에 거주하다 가나안으로 들어갔다.
레베카는 우물가에서 집사를 만나 그의 일행을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조카 ‘브두엘’의 딸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오빠는 훗날의 야곱을 14년 동안 부려먹은 ‘라반’이다. 라반은 열 마리의 낙타에 실린 패물을 보고 놀라 외친다. “주님께 복 받으신 분이여 어서 들어오십시오.” 이렇게 해서 레베카의 혼담은 쉽게 이루어졌다. 마침내 그녀는 아브라함의 집사를 따라 가나안 땅으로 떠난다.
현대의 혼인은 남녀의 우정이 사랑으로 이어진 결과다. 그러나 고대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혼인이 먼저였다. 오늘날은 사랑이 먼저지만 고대는 혼인이 앞섰던 것이다. 혼인한 다음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했다. 배우자의 선택은 철저하게 부모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사악과 레베카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가 되었다(창세 25,19).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레베카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마침내 20년이 지난 뒤에 주님께서는 쌍둥이를 주셨다. 에사우와 야곱이다. 이사악은 이미 60살이 되어 있었다(창세 25,26). 그는 계승권을 이어갈 에사우를 끔찍이 여겼다. 하지만 레베카는 밖으로 나도는 에사우보다 차분한 야곱에게 계승권이 돌아가길 원했다. 그러던 중 에사우는 히타이트 여인과 혼인한다. 이방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이후 레베카는 작심하고 야곱을 돕는다. 계책을 꾸며 장자권을 받아내게 한 것이다. 에사우는 속은 것을 알고 동생을 죽이려 했다. 레베카는 급히 오빠 라반에게 야곱을 보낸다. 야곱의 떠돌이 운명이 시작된 것이다.
[2010년 10월 3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호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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