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오순절
구약의 삼대 축제는 유월절(파스카) 초막절 그리고 오순절이다. 가장 큰 축제는 물론 유월절이다.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축제로 봄의 파종시기와 맞물려 민족 전체가 움직인다. 오순절은 파스카 축일부터 오십일 뒤에 열리는 또 다른 축제다. 그러니까 오순(五旬) 즉 오십일의 시작은 파스카 축일임을 알 수 있다.
오순절 축일은 대개 5월 말이나 6월 초에 해당된다. 이때는 밀 수확이 대부분 끝난 시기다. 따라서 풍작에 대한 감사축제가 오순절의 기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개신교에서는 ‘맥추절’로 부르기도 한다(탈출 23,16). 글자 그대로 ‘밀 추수 축제’란 뜻이다. 가톨릭에서는 ‘수확절’로 번역했다.
후대로 오면서 유다인들은 오순절의 의미를 모세와 연관시켰다.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날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리하여 율법을 내려주심에 감사하는 축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랜 망명생활로 밀농사 보다 다른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오순절을 성령강림과 연관시켰다. 주님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 성령께서 오셨기에 이를 기념하는 축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무튼 오순절의 어원은 희랍어 펜테코스테(pentekoste)로 ‘50번째 날’을 뜻한다. 칠일이 일곱 번 겹치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미 있는 날’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불교와 유교에서도 사람이 죽고 49일째 되는 날에는 성대한 제를 올렸다. 49제의 기원이다. 그런 뜻에서 개신교는 ‘칠칠절’이란 용어를 사용했고(탈출 34,22) 가톨릭은 ‘주간절’로 번역했다. 따라서 맥추절, 수확절, 칠칠절, 주간절은 모두 오순절의 또 다른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오순절에 대한 기록은 레위기에 처음 등장한다(레위 23,15-16). ‘너희는 곡식 단을 흔들어 바친 날부터 일곱 주간을 헤아려라. 이렇게 오십일을 헤아린 뒤 새로운 곡식 제물을 주님께 바쳐라.’ 유다인들은 이 기록에 따라 오순절을 지켰던 것이다. ‘흔들어 바치는 예물’은 제사장을 통해 주님께 봉헌하는 첫 수확물을 뜻한다. 기독교의 오순절은 언제부터 지켰는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2세기 문헌인 ‘사도들의 편지’에 오순절에 관한 기록이 있다. 박해 속에서도 지켜지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록이다. 초대교회는 부활주일에 세례를 베풀었고 새 교우와 함께 오순절을 시작했었다.
[2011년 4월 10일 사순 제5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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