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하시딤
하시딤(Hasidim)은 히브리어로 ‘경건한 사람’을 뜻하는 하시드(hasid)의 복수 형태다. 따라서 하시딤은 하시드가 둘 이상 모였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하시딤보다 ‘하시드 사람’이란 표현을 선호한다. 우리 성경에도 ‘하시드인들’로 표기되어 있다(1마카 2,42). 그들은 곧잘 까만 양복에 둥근 모자를 쓰고 턱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공적 장소에 등장한다.
최초의 하시딤은 바빌론 포로생활 이후에 나타났다. 나라를 잃고 식민지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뇌하던 유다인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시련을 주님께서 주시는 보속으로 받아들였다. 계명을 어기고 율법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계율에 충실한 민족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축복의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중심인물은 에즈라와 느헤미야였다.
이런 이유로 율법 위주의 삶을 선택한 이들이 바리사이파였고 금욕주의로 선회한 이들이 에세네파였다. 하지만 정치적 접근을 통해 해결을 시도한 이들도 있었다. 사두가이파 사람들이다. 제관 계급이 주축을 이룬 그들은 희랍문화에 개방적이었고 헤롯 왕조와 로마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했다. 훗날 이들 역시 하시딤의 표적이 된다. 다윗 시대의 대사제 차독의 후예란 의미에서 사두가이파란 단어가 생겨났다.
기원전 2세기경 희랍정권이 박해자로 돌변하자 하시딤의 반발도 늘어갔다. 그들은 세속 생활을 가능한 멀리하며 더욱 철저하게 율법에 매달렸다. 그길 만이 민족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차츰 이들은 거대한 저항세력을 형성했고 마침내 마카베오의 독립운동을 도우며 희랍의 셀레우코스 왕조를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하시딤의 지원이 없었다면 유다의 독립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마카베오 정권과 결별한다. 대제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돌아선 것이다. 제관 계급의 으뜸은 새로운 정권에게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인물을 선택했는데 그는 제관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다. 하시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시드인들은 율법을 밟아서는 안되는 신성한 땅으로 여겼다. 그래서 울타리를 치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안식일을 기억, 거룩하게 지켜라’는 율법에 안식일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울타리를 친 것이다. 단순한 율법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었다.
[2011년 5월 15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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