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율법학자
율법학자는 구약성경의 소페르(sofer)를 번역한 말이다. 개신교에서는 서기관으로 번역했다. 어원은 사파르(safar) 동사로 ‘쓰다, 헤아리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도 소페르(sofer)는 학자를 뜻하는 말로 굳어져 있다. 이들의 출발은 글자 그대로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율법을 필사하는 일에서 이들의 직분이 생겨났던 것이다. 다윗 시대에는 일종의 관료 신분으로 국가문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들이 율법을 가르치는 일에 투입된 것은 바빌론 포로시대 이후부터다. 글자를 알고 있었기에 민중계몽에 동원되었던 것이다. 배경은 ‘에즈라의 율법운동’이었다.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사제 에즈라는 해이해진 백성을 다잡기 위해 교육에 전력했는데 이들을 교사로 활용했던 것이다.
에즈라 이후 율법연구는 활발해졌고 성경과 구전으로 전해오던 계율들을 모아 ‘613조항’의 규정을 확정짓게 된다. 이것이 할라카(Halakah)다. 복음서에는 ‘조상들의 전통’으로 표현되어 있다.(마태 15,2) 한편 기원후 3세기 초에는 유다교 랍비들이 할라카를 새롭게 정리한 뒤 미쉬나(Mishna)라 불렀고 후대 학자들은 주석을 붙이며 재해석한 뒤 게마라(Gemara)라 했다. 둘을 합친 것이 ‘탈무드’다.
마태복음에서 율법학자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스승님, (613개)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마태 22,36) 계율을 전공한 그도 답답함이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답변은 단순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계명의 골자는 사랑에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오늘날의 랍비문학은 율법학자들이 출발점이며, 현존하는 구약성경 대부분도 이들이 필사체로 남겼기에 보존이 가능했다. 외세의 지배 속에서도 율법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 역시 이들의 헌신적인 보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수님 시대에는 율법학자 대부분이 바리사이파에 속했고 제사장들은 사두가이파에 속했다. 그리고 두 파벌이 이스라엘의 귀족계급을 형성했으며 가나안에 살던 유다인의 1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대다수 유다인들은 어느 파에도 속할 수 없는 단순한 ‘땅의 백성들’(암하레츠)이었으며, 귀족과 구분되는 평민이었다.
[2011년 6월 26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교황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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